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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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 텃밭과 꽃밭

2022-08-12 (금) 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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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초기에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있어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뒷뜰에 있으나 방치되어 잡초만 자라던 텃밭에 묘종을 사다 심고 농작물 씨도 심었다.

무궁화, 개나리, 장미, 수국만 있던 꽃밭에도 꽃 모종을 사다 심고 꽃씨를 심었다. 농작물과 꽃들이 잘 자라도록 물을 매일 주었다. 물을 뿌리는데 햇빛에 무지개가 일부 생겨나기도 했다.

맑은 날에 물을 입에 담아 뿌려 무지개를 만들어 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3 요소가 토양, 햇빛, 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벌들이 분주하게 꽃 속을 드나든다.


벌들의 수고로 수분이 되어 열매를 맺으니 감사한다. 공해로 지구촌에 벌들이 많이 감소하여 수분이 안되어 농작물이 감소하고 있다는데 국제적인 대책이 요망된다.
잡초를 뽑고, 식물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심는데 땀이 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넝쿨을 치우느라 팔과 목에 독이 묻어 여러 날동안 가려워 고통 받은 적도 있다. 모기들에 수없이 물렸다. 필사적으로 팔에 앉아 피를 빠는 모기를 잽싸게 잡으니 내 붉은 피가 보였다.

모기도 먹고 살겠다는데 내가 너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올봄에 텃밭에 묘종으로 심은 상추, 오이, 호박, 고추, 방울도마도, 가지, 검은 콩, 여주, 씨로 심은 알타리 무, 작년 가을에 씨가 떨어져 자란 깻잎과 부추가 모두 잘 자랐다. 상추는 오랫동안 잘 먹었고 지금은 끝물이다.

텃밭농사 3년차라 그런지 금년에는 농작물 수확이 많다. 특별히 오이가 많이 자라 오늘까지 오이 129개를 따서 이웃과 나누었다. 오이는 따자 마자 아내가 오이소백이를 담가 잘 먹고 있다. 호박과 방울도마도도 많이 열렸다. 아침에 농작물을 따면 대견스러워 사진부터 찍는다. 싱싱한 무공해농작물 수확에 감사한다.

봄에 씨를 심었고 뿌린대로 거두리라는 말씀대로 꽃밭에서 활짝 웃는 꽃들이 백일홍,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등이다. 백일홍의 꽃말은 순결이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다.

그리스 신화에 신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첫 번째 만든 꽃이 코스모스 라고 한다. 해바라기의 꽃은 사랑과 행운이다. 꽃들이 있으니 벌과 나비가 찾아온다.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잠시라도 하늘에서 오셔서 이 꽃들을 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을 한 바퀴 돌고 날아갔다.

작은 텃밭과 꽃밭을 돌보는 동안 새들의 청량한 노래소리도 듣는다. 카디널스가 두 번 나무에 둥지를 짓고 알을 부화하여 날아갔다. 자연에 감사하며 내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

<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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