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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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나도!”라는 말 한마디

2022-08-05 (금) 김미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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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많이 아파요, 아주 많~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왈칵!” 눈물이 났다. 덥석 끌어안고 울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주책없이 “엉엉” 목놓아 울 뻔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는 지인의 초대를 받았다.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처음 만날 때부터 왠지 어릴 적 소꿉친구인 양 만나면 반갑고 편안한 게 기분마저 좋았다. 아마도 우리에겐 서로에게 끌리는 무엇인가가 있는 듯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우리는 그 유명한 “58년 개띠!”

단정한 식탁 위에 노랗게 잘 구워진 팬케이크, 싱그러운 여름향 물씬 나는 샛빨간 산딸기에 숲 향기 가득한 블루베리, 코끝 시원한 여름 수박, 오늘 점심인 팬케이크엔 풍성한 8월이 가득하다. 넉넉하니 뽀얀 생크림도 듬뿍 얹고, 가는 7월도 얹고, 오는 8월도 살짝 얹고, 친구의 사랑까지 덤으로 얹어 먹으니 ‘아, 세상은 살만하구나!’ 입안 가득이 행복이 만발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로 우리는 역전의 용사인 양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서로의 인생을 나누었다. 친구는 오랫동안 국민학교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십수년 교직 생활을 하면서 온갖 병으로 죽고만 싶었단다. 그래도 우리가 누구인가 두 딸의 엄마이고 두 아들의 엄마가 아니던가. 그렇다, 삶의 의무! 내 몸 아픔보다 더 참고 살아야 하는 우리는 엄마다. 온몸에 저항력도 없고 호로몬의 이상으로 몸뚱아리 하나 바로 서기 힘들었다는 내 친구. “아, 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없이 서로를 힘껏 안아 주었다. 다독다독 다독이는 손결에는 ‘꼬옥, 나으세요’ 하는 사랑이 가득했다.

사실 난 삼사십대엔 나이만 먹었지 철없는 엄마였고 남의 외모를 비난도 하며 나만은 마냥 젊을 것같이 세상 물정 모르는 천방지축 아줌마였다. ‘왜, 저 여자는 배가 나올 때까지 있을까?, 힘이 하나도 없다는 뜻은 뭘까? 왜? 왜? 왜? 저 사람은 왜?’

그토록 비난당했던 그들이 여기 있다. “나다.” 6년 전 나는 두번이나 뇌출혈 수술을 했다. 그 후유증으로 난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었다. 전혀 움직일 수 없고 독한 약 때문에 내 몸무게는 어느새 20파운드나 살이 쪘다. 뚱보라고 비난했던 여자가 바로 여기 있었고 단점을 비난했던 이상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왜, 내가, 내가 왜?” 화가 나서 눈물이 났다. 뒤돌아보니 무지했던 내가 온몸을 뒤뚱이며 핸디캡이 되어 있었다. 나만은 절대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자만심에 미안해서 저절로 숙연해진다.

아, 8월이다! 싱그러운 여름은 뜨겁게 익어가고 너와 나, 우리의 꼭 잡은 두손에는 “나도”라는 위로의 말 한마디에 어느새 하나가 되어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희망의 미소를 보낸다.

<김미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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