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오니 어김없이 뜰에 있는 무궁화가 피었다. 거실에서도 유리문을 통해 무궁화꽃을 쉽게 볼 수 있다. 무궁화가 고국을 그리워하는 내 가슴을 달래준다. 내가 사는 뉴욕에는 집안팎에서 무궁화를 볼 수 있다. 고국을 떠나 미국에 산지도 수십년 되건만 무궁화를 볼 때마다 민족의 얼을 되살린다.
무궁화는 7월 초부터 10월 하순까지 매일 아침에 새로운 꽃이 피고 저녁에 진다. 다른 꽃들에 비해 오래 볼 수 있다. 은은한 꽃 색깔과 무궁함, 순수함이라는 꽃말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꽃이다. 우리 겨레의 기질과 같은 꽃이다.
일제시대에는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무궁화를 뽑아 불태워버리고 박해 하여 구석진 뒷간 부근에나 심었다는 이야기를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무궁화에는 진딧물이 많고 벌레가 많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워 심지 말도록 하기도 했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무궁화도 겪어야만 했다. 실제로는 벚꽃과 함께 일본의 나라꽃인 국화에 진딧물이 많다.
무궁화는 단군 조선시대 이래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있어왔다. 무궁화는 조선시대 이후에 불려진 이름이고 그 이전에는 목근 또는 근화라고 불렀다. 고대 중국에서는 한반도의 나라를 무궁화가 피고 지는 군자의 나라라고 했다.
신라시대 최치원이 초안한 당나라에 보내는 외교문서에 신라를 근화향, 무궁화의 나라라고 기술했다. 고려에서도 외교문서에 무궁화의 나라라고 표기했다. 무궁화는 씨를 심어서 또는 꽃꽂이로도 번식되며 추위와 공해에도 강하다.
조선시대 장원급제자 머리에 꽂은 꽃이 무궁화였고, 신라 화랑의 원조인 국자랑은 머리에 무궁화를 꽂고 다녔디고 한다. 무궁화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우리나라에 많은 것은 백단심계와 홍단심계이다. 무궁화는 영어로는 Rose of Sharon 이라고 하며 성스러운 곳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라고 한다.
최근에 김영만 지음 ‘무궁화 나라’ 라는 책을 읽고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만든 무궁화의 날이 8월 8일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2006년 3월 무궁나라 홈페이지에 한 어린이의 “왜 무궁화의 날은 없나요” 라는 글이 실려 사단법인 무궁나라에서 무궁화의 날 제정의 필요를 인식하고 무궁화 어린이 기자단과 함께 국민들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 부서로부터 무궁화의 날을 정부에서 제정하기는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2007년 7월 1일부터 계속적으로 국민들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어린이 국회가 8월 7일 열려 8월 8일 무궁화의 날이 선포되었다.
무궁화의 날은 무궁화의 소중함과 겨레사랑, 나라사랑을 고취시키기 위한 기념일이다. 우리가 어디에 살든지 우리나라꽃인 무궁화를 사랑하며 한민족의 기상을 떨쳐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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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