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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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당신의 북극성은 어디에 있나요?

2022-07-26 (화) 이수진(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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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오늘의 첫 선택이 나를 맞이한다. 씩씩하게 몸을 일으켜 일어나 볼까. 아직은 좀 이른데 조금만 더 잘까. 아니지, 밤새 온 메시지 확인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고들 하던데 그것부터 해볼까. 화장실이 급해 보이는 우리 나무(나무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이다) 아침 산책부터 다녀오면 남은 오전 시간이 좀 여유롭지 않을까? 맞다!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일기예보 확인부터… 꿈쩍도 하지 않은 상태로 고민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기다리다 못한 눈꺼풀이 조용히 다시 잠재워 버린다. 물론 중요한 미팅이 잡혀 있거나, 특별한 아침 약속이 있는 날에는 전혀 다른 공기가 흐른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두 눈을 번쩍 뜨고 곧장 화장실로 직행, 늘 하던 순서대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이미 생각해 놓은 옷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대단한 집중력으로 빠른 선택을 연속적으로 해낸다.

변덕스러운 나의 아침을 보고 있자니 인생의 굵은 선택을 마주하던 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딱히 내가 옳고 그른 결정을 해내서 라기보다는, 당시의 내가 가장 집중하고 있던 것들의 노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의 삶이 만들어져 왔음을 느낀다. 내가 유익한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가장 반짝였고, 내 시선이 여러 방향으로 목적 없이 흩어질 때 나는 가장 크게 길을 잃었다. 북극성, north star! 회사에서 틈만 나면 팀원들과 나는 우리의 북극성이 어디인지를 살폈다. 목적지를 정확하게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떤 길을 택해도 길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도저히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면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가 지금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대답해 보려 노력했다. 나의 북극성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나면, 부수적인 선택들은 늘 대부분 불필요해지거나 아주 빠르게 결정되곤 했다.

뒤돌아보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선택한 그 길이 예상보다 더 길다고 할지라도 그 시간을 귀하게 여길 자세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밤하늘에도 반짝이는 북극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일 테니 그 어떤 선택도, 모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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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씨는 11살에 미국에 이민, 대학 졸업 후 애플(Apple)에서 10년 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근무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 및 YANA 비영리단체의 미국 운영 총책임자로 한국 요보호아동과 보호종료아동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수진(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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