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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불념구악(不念舊惡) 하면 오래 산다

2022-07-22 (금) 이상용 (오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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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 없으면 탐욕스러워지기 쉽다. 살아 있으니 아픈 것도 느낀다.

이 세상에 내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 사람의 세포는 6조개에 이른다. 인간을 이루는 모든 장기 기관 세포가 각기 맡은바 제 역할을 할 때 우리 몸은 건강하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쌓이면 약으로도 치유하기 어려운 처지에 이른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스트레스에 둘려 싸인 사회에 살고 있다. 남에게서 모역감을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여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면 스트레스에 묶여 수명이 단축되고 만다.

인간의 최대 적인 정신적인 중압감, 즉 스트레스로 죽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자살이 12,920건을 정점으로 근소한 수치로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OECD 국가 중 한국의 자살율은 여전히 1위라는 것이다. 경제 대국이지만 진정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드디어 검사가 된 젊은이가 상사의 학대를 받고 견디지 못해 자살하였다. 특히 유명인들이 젊은 나이에 참기 힘든 풍문에 시달려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세상을 미련 없이 떠나 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언론의 책임이 많다고 본다.

석가모니와 그의 제자 가섭이 길을 걸으면서 “세상 사람들이 선생님은 왕족의 자손으로 부러울 것이 없는데 왜 스스로 어렵게 사시는지 이상한 분이라고 손구락질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물었다. “가섭아 저 앞에 있는 사람이 금덩어리를 나에게 준다고 하는데 나는 받지 않았다. 그럼 그 금덩어리는 누구 것이냐” “아직 저 사람의 것이지요” “마찬가지다. 저 사람들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여도 내가 받지 않았는데 무슨 걱정이냐”

인간의 모든 장기 중에 마음보(심보)를 다스리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다. 몇 년 전에 한국에서 다단계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돈을 거두고 중국으로 도피한 사람이 수배를 받아 왔다. 수백억원을 몸에 쥐었지만 50대 나이로 중국에서 병사했다. 초조함과 죄책감의 스트레스로 사망한 것이 틀림없다.

불념구악(不念舊惡)은 논어에 나오는 글이다. 지나간 모든 나쁜 과거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날의 억울한 일, 이왕에 잘못된 일은 생각하지도 마음에 두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원한을 갖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는 것이다. 마음에 두지 않기 때문에 마음의 병이 없는 것이다. 이 진리를 알면 100세가 아니라 20년을 더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불념구악 하면 지나간 일로 친구와 이웃과 싸울 일이 없다. 언쟁을 했다 해도 금새 풀 수 있다. 불념구악 하지 못하면 이웃끼리와의 싸움을 넘어 이웃나라와 전쟁도 불사한다.

세익스피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젊은 나이에 애절하게 생을 마감하는 사건은 양가 부모들의 과거로부터 이어온 원수지간의 감정을 잊을 수 없어 일어난 일이다. 자식들을 잃고난 후 화해하지만 너무 늦은 결과다. 양가 부모들이 과거에 얽매여 살아온 탓이다.

1914년 6월28일 오스트리아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에보를 방문했다. 회의 참석차 차를 타고 가던 중 골목에서 튀어나온 청년이 황태자 부부를 권총으로 쏴 죽였다. 범인을 잡고 보니 세르비아의 청년이었다. 세르비아는 그 청년을 체포해 재판에 넘기고 오스트리아에 백배 사죄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한달 후에 오스트리아는 1914년 7월28일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고 침공을 개시했다. 이게 세계 1차 대전의 시작이 된 것이다. 동맹국으로 분류되는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오스만 제국 등과 여기에 맞서 싸운 세르비아, 영국, 프랑스, 러시아, 불가리아 등 결국 전 유럽국가가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1918년 11월11일 종전까지 4년 4개월간의 전쟁에서 1,700만명의 전사자를 냈다.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복수심은 또 다른 나쁜 과거를 만든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지나간 나쁜 과거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사람은 건강의 최대의 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체의 모든 세포와 기관이 우리 주인이 안정을 찾았음을 인지하고 각자 제 몫을 다 할 때 우리 몸은 건강해지고 오래 살 수 있다. 지나간 나쁜 과거는 잊어야 한다. 오래 살려면 이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불념구악..

<이상용 (오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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