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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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어울림, 삶의 귀한 모습

2022-07-01 (금) 스테이시 김(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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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이면 내게 카톡 문자로 아침을 열어주는 분이 계신다. 좋은 아침이라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자고. 예쁜 그림이 가득한 카드는 샘솟듯 매일 다양한 글로 찾아와 막 잠에서 깨어난 나를 반긴다. 꽃은 함께 필 때 아름답고 친구도 함께 할 때 더 빛을 발한다는 것.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덕담은 평범한 진리이다. 어우러져 사는 삶. 생명을 가진 영혼들이 어울리며 빚어내는 아름다운 관계는 소중하다. 그러나 그 어울림이 버겁지 않고 훈훈한 행복함을 유지하려면 배려와 존중을 기반으로 골고루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나이, 성별, 지위를 불문하고 말이다.

홈케어 일을 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근간에 안타까운 얘기를 들었다. 올해 연세가 92세이신 할머니를 돌보는데, 그분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지만 거의 대화를 못한 채 일상을 지내고 계셔서 사람과의 교감이 그리운 모양이라고 했다. 젊었던 시절 배움을 많이 하셨건만, 요즘은 며느리를 대함에 있어서 바보같이 행동을 하신다고 그랬다. 그래야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란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대체로 사람이 여든을 넘기면 인지능력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할 터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로 시작해서, 욕심은 아닐지라도 종종 작은 것들에 집착을 보인다거나 먹을 것에 대한 본능적인 탐심 등은 젊은 세대에게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미국서 태어난 손자, 손녀들에게 말 건네는 것조차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무시하기 일쑤이니, 할머니 세대의 언행은 위축되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말이 안 통하고 세대간 문화의 다름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그 존재의 당위를 세우는 방법은 무안함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 결국 바보처럼 어리석은 노인으로 자처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할머니가 가족이 아닌 남에게 가능하다면 빨리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소원을 내뱉는 것은, 인간 수명 백세 시대의 아픈 단면인 듯 씁쓸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 역시 70이 되고 80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복지센터에서 혹은 양로원에서 가급적 어르신들의 손을 많이 잡아드리고 어깨도 감싸안으면서 귀엣말을 조근조근 나누기 시작했다. 때론 양 팔을 벌리고 서로 안으면서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를 위한 삶의 교감이다. 어울림. 삶의 귀한 모습을 이렇게 나누며 초보 노인의 걸음을 내딛는다. 행복한 노년을 위하여, 브라보!

<스테이시 김(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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