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대 전쟁
2022-06-29 (수)
이경운 경제부 기자
결혼을 앞둔 지인이 부동산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다. 연 1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지만 신혼생활을 맞이해 집을 알아보니 한숨만 나온다는 것이다. 주택을 사려 하니 최근 몇 년 동안 급등한 가격을 보고 ‘왜 미리 구입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만 생긴다. 이제는 향후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 때문에 치솟은 가격에 집을 사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렌트를 알아보면 매달 내야하는 임대료가 모기지 페이와 비교해 별반 차이가 안나 다시 집을 사는게 낫지 않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집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층은 지인 뿐만이 아닐 것이다. 팬데믹 기간 오른 주택 가격은 사실상 세대 전쟁을 유발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미국 전체 집값은 약 7조 달러가 증가했다. 상승률은 35.1%에 달했는데 이는 특별한 노동 없이 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간 10만~20만 달러 수준의 돈을 벌었다는 의미다. 연준 조사가 임대 부동산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상승률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통계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미국 집값의 주요 지표인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연간 18.8% 올랐다. 1987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34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올라간 집값은 중장년 유주택자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줬다. 2020년을 기점으로 세대별 자산 격차가 매우 심해졌는데 이는 부동산 보유 여부에 갈린다.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주택 자산이 2020년을 기점으로 10조 달러를 넘어서며 12조5,000억 달러도 돌파했다. 베이비붐 이후 태어난 ‘X세대’는 2020년 5조 달러를 넘어서며 7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그나마 주택 자산이 늘었다. 하지만 1981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자산 2조 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주택 자산 대부분은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 격차가 문제인 것은 투자의 성과라고 부르기 애매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의식주’라는 말이 있듯이 주택은 누구나 필요한 자산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 재화의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먼저 태어나서 소유한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주식의 경우 산업의 발전 방향에 따라 산업의 흥망성쇠가 있고 새로운 기업이 매순간 탄생하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에게 투자 기회가 있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 19세기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지대 추구 행위를 비판한 근본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현실이다.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은 냉각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제 상황을 선반영하는 증시에 먼저 타격을 준만큼 주택 경기도 둔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민을 안겨 준다. 차라리 대세 상승장이라면 비싼 가격에 집을 사더라도 더 올라가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는데 지금은 집값 하락이 언제 시작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상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혼 직전까지 주택 문제로 고민하던 지인은 결국 렌트로 마음을 굳혔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상황을 보니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상당히 오랜 기간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직접 기자회견에서 “주택 구매 계획을 갖고 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집값 만큼 올라간 렌트비 때문에 여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의 선택이 옳은 결정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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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