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Peoples Temple
2022-06-20 (월)
김명수(버클리문학협회 회원)
체인 약국 약사로 일하며 기억에 남는 고객에 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그녀의 첫인상은 그저 평범한 중년 여성처럼 보였다. 창구에 서서 순서가 되면 말없이 약을 받아가곤 했다. 하루는 혈압약 이외에도 수면제 처방이 있었다. 처음 받는 처방약에 대해서는 상담을 해야 하기에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딸이 UCLA에 입학했을 때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입을 뗐다. 그런데 대학에서 크리스찬 클럽에 들어간 후 해괴한 짓만 하고 다니는 딸을 걱정하며 뜬눈으로 지새다보니 수면제 처방전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사이비 교주 짐 존스가 세운 인민사원(Peoples Temple) 신도 900명이 1978년 11월 남미 가이아나 존스타운에서 집단자살한 사건을 기억할 것이라며 딸이 소속된 크리스찬 클럽도 그렇게 광신적인(cult)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여러번 못 가게 말렸으나 사악한 힘에 붙들린 딸은 막무가내였고, 가족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부모가 이스라엘 사람인 그녀는 프랑스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왔다고 했다. 부모와 같은 유대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크리스찬이라고 하니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크리스찬으로 그녀가 경험한 이야기는 이러하다. 하루는 집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집 방향으로 가려고 해도 차는 워싱턴 병원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병원 주차장에 주차한 후 본인도 모르게 몸이 병원 안을 향해 들어가더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추어 섰다. “내가 왜 여기 서있지? 집으로 돌아가야지” 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3층에서 멈추었다. 그때 어디선가 그녀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위해 기도를 하여라.” 그녀의 발이 어느 병실 앞에서 저절로 멈추어졌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데 기도할 분이 오신다는 음성이 들렸어요. 주님이 당신을 이곳으로 오게 했어요.” 그녀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남편의 뇌종양이 깔끔하게 사라져 의사도 놀라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녀는 평범한 중년 아줌마가 아니었다. 하나님은 그녀에게 죽어가는 병자도 살리는 힘과 능력을 주셨다. 그런데도 크리스찬을 가장한 사이비 종교로 해괴한 짓만 한다는 딸은 고치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까웠다. 문득 믿음이 깊어질수록 어두운 영에게 시험을 더 받으며 영적 싸움을 계속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직도 샌프란시스코의 필모어 거리 쪽에 위치한 Peoples Temple 건물을 보면 몸이 으스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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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버클리문학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