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모든 한인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생겼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한인이 운동 분야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난 9일 미 언론은 시카고 거주 한인인 지미 최(47)씨가 최근 두 번째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며, 인간을 파멸로 이르게 하는 파킨슨병조차 막지 못한 영웅이라고 보도했다.
최씨는 '플라이오메트릭 팔굽혀펴기' 1분에 35개 수행 세계 기록 보유자인데, 이번에는 '체스트-투-그라운드 버피'라는 푸시업후 위로 뛰어 오르는 동작을 1분에 30개 성공시킴으로써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란 근육이 떨리면서 몸동작이 느려지는 질환. 한마디로 신경 세포들이 노화되거나 죽으면서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인 것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아예 걸음을 걷기가 어렵게 되고 산책과 같은 일상생활을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기도 하는 병이다.
이 질환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겨지는데 젊은 사람들도 의외로 다수 걸린다고 한다. 유명 배우인 마이클 제이 팍스도 젊은 나이에 걸려서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파킨슨병은 약물 치료밖에 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는 운동 자체가 안 되니 삶의 질이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주로 근육 통증을 동반하면서 경직된 상태의 보행 장애나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으로 넘어지기 쉽다고 한다. 또 경직이 신체 모든 부위에 생기다 보니 말 그대로 굳은 얼굴 표정의 사람이 되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의 통증 양상을 분석한 조사들을 보면 대다수가 만성적인 통증을 앓는데, 통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위는 허리이고 그 다음은 어깨와 팔 등의 순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혀와 구강 근육의 강직과 떨림으로 인해 음식물을 혀 뒤로 넘기지 못하는 삼킴 장애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신체적 고통보다 정신적인 무력감이 아닐까. 근육의 떨림으로 인한 불면증은 수면 장애로 이어지고 수면장애는 우울과 불안증, 충동 조절 장애 등의 신경 정신의 증상을 동반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의 파킨슨병 환자가 우울증을 겪는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진단이다.
최씨가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갉아먹는 이런 끔찍한 병을 거뜬히 이겨내고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건 진정한 인간승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고등학교 재학시절 농구, 축구, 레슬링팀에서 활동했던 최씨는 27세 때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점차 악화되는 근육퇴화로 인해 어느 날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겪은 후 그는 자신의 생명을 건 일생일대의 결심을 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동네를 산책하는 작은 운동부터 실천했고, 점점 그 강도를 올려 나갔다고 한다.
최씨는 결국 미국내 유명한 극한 몸짱 겨루기 방송인 ‘아메리칸 닌자 워리어’에 출전해 당당히 실력을 뽐내게까지 되었다. 즉 산책부터 해서 오늘날 세계 신기록까지 발전했다니,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실감나게 와 닿는다. 푸시업 1개도 힘들 법한 퇴행성 근육을 가진 사람이 1분에 수십개를 할 정도까지 되었으니... 그가 얼마나 끈질긴 집념으로 운동에 전념했을까 상상이 간다.
최씨는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어 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2년간 지속돼온 코로나 사태로 한인들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에다 무기력과 우울감을 겪고 있는 지금, 최씨는 불굴의 의지로 우리에게 도전의 용기를 주고 있다. 경제난과 아시안 증오 범죄 등에 시달리고 있는 한인들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운동부터 당장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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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