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희’에 넘친 시즌 피날레… 사회변혁의 묵직한 주제까지

2022-06-05 (일) 09: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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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하 기자의 ‘클래식 풍경’

▶ LA 필하모닉 2021-22 디즈니홀 시즌 절정의 마무리

‘환희’에 넘친 시즌 피날레… 사회변혁의 묵직한 주제까지

구스타보 두다멜 LA필 예술음악감독. [사진 제공=LA필하모닉 어소시에이션]

▶두다멜 베토벤 9번 교황곡 ‘환호’… 검스의 파이프 오르간 ‘장엄’

LA 필하모닉(음악예술감독 구스타보 두다멜)의 2021-22 시즌은 그 어느 시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알차고 풍성한 한 해였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무대들만 해도 미도리와 힐러리 한, 2명의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버추오소들의 공연에서부터 전설적인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의 ‘대미사’, 청각장애인 극단과의 협업으로 감동을 선사한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에 이르기까지, 팬데믹 후라 그런지 봇물 터지듯, 놓치고 싶지 않은 공연으로 가득했던 시즌이었다.

LA필이 직접 연주한 디즈니홀 2021-22 시즌 피날레 공연이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었던 것은 그야말로 ‘환희에 찬’ 결말이었다. 이날 두다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LA필의 심포니 9번 연주는 1악장의 첫 주제에서부터 4악장의 합창에 이르기까지 완벽함의 정수를 보여줬다. 곡 전체를 마치 하나의 완전체처럼, 그리고 음 하나하나를 허투루 하지 않는 엄밀성과 카리스마가 여실히 구현된 연주였다.


이날 두다멜 감독은 마치 일사불란한 칼군무를 이끄는 수석무용수처럼, 덩실덩실 춤추듯 베토벤 9번의 환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한 지휘로 관객들에게 완벽하고 벅찬 감흥을 선사했다. 이윽고 4악장에서 울려퍼진 ‘환희의 송가’는 소프라노 지나인 드 비크, 메로스포라노 테일러 레이븐, 테너 이사차 새비지, 베이스 호세 안토니오 로페스 등 4명의 글로벌 성악가들과 LA 매스터코랄, 그리고 LA필이 만들어 낸 그야말로 완벽한 환희의 무대였다.
‘환희’에 넘친 시즌 피날레… 사회변혁의 묵직한 주제까지

파이프 올가니스트 나다니엘 검스. [사진 제공=LA필하모닉 어소시에이션]


올해 디즈니홀 시즌의 대단원은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LA필이 마련하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리즈가 시즌 피날레에 무게 있는 방점을 찍는데, 바로 두다멜 감독과 LA필이 마련한 ‘파워 투 더 피플!’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의미 있는 변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음악의 역할을 조명하고 관련된 강연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무대를 일련의 시리즈로 선보이는 이벤트로, 지난 2020년 첫 기획 후 이번에 두 번째로 야심찬 퍼포먼스들이 디즈니홀과 다른 베뉴들을 장식하고 있다.

오는 6월10일까지 이어지는 다채로운 이벤트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지난달 29일 예일대 교회음악과 디렉터를 맡고 있는 유명 파이프 오르가니스트 나다니엘 검스의 ‘홀드 온, 위 쉘 오버컴(Hold On, We Shall Overcome!)’ 공연이었다. 유명 찬송가들에서 따온 공연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날 공연은 잘 알려진 교회 음악 및 흑인 음악의 정수를 보여줬다. 검스의 파워풀하고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영혼의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나오는 정서와 감흥할 수 있는 기회였고, 마지막 곡으로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가 검스의 화려한 연주로 디즈니홀에 울려 퍼질 때 느낀 울컥한 감동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경험이었다. 검스가 이날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 앵콜곡으로 연주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그야말로 정의의 실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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