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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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메모리얼데이의 감동

2022-06-03 (금) 스테이시 김(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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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 미국에 살면서 고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때를 굳이 들자면, 한국기업이 미국 내에서 독보적 빛을 발하고 있을 때가 아닐까 한다. 특별히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삼성 및 현대그룹과 미팅을 가지고 그 기업들에 존경을 표한 뉴스를 보며 코리안 아메리칸의 지위가 높아진 기쁨이 있었다. 한국전쟁 피해를 극복하고 단시간에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내 조국, 대한민국!

그런데 메모리얼데이를 지나면서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이 감사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음을 알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감동을 겪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혹은 뉴욕에서도 보지 못했던 광경을 이번에 애틀란타에서 목격한 것인데, 자동차 도로 길 양 옆으로 줄지어 늘어선 하얀색 십자가에 달린 미국 성조기들의 물결이 그것이다. 가로 부분은 전사한 군인들의 이름이 적혔고, 세로 부분은 군인들이 참가한 전쟁터- 1,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서 베트남전쟁, 한국전쟁 등의 이름이 있는데 Korea로 표시된 것이 눈에 들어오면서 어찌나 가슴이 뭉클하던지.

나이는 불과 18세 혹은 20세. 어떤 경우엔 형제인 듯한 이름도 나란히 적혔다. 한국전쟁 당시, 세계 지도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위치해 있는지조차 모른 채 무작정 전쟁에 참가했을 것이다. 그 어린 영혼들이 피흘려 한국을 지켜준 사실이 감사하고, 그를 기념하려 해마다 메모리얼데이가 돌아오면 이 같은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에 또한 감사하다. 주변의 지인들 중 한 사람은 비가 와도 젖지 않을 방수헝겊에 고맙다고 새겨넣은 태극기를 함께 달고 싶다고 했다. 미국 정부 차원의 이런 뜻깊은 행사에 우리도 참여하면 의미가 더해지겠다.

사실 한인사회의 노인들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은 정부 지원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한국문화로 보면 연세드신 부모님들을 돌봄이 자식들의 자연스러운 의무일 수 있으나, 자식들을 대신해 각종 소셜서비스 지원 정책으로 책임을 지는 사회가 미국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의료혜택, 주거, 영양, 돌봄서비스 프로그램은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사회정책을 실현함을 알게 한다. 물론 지나친 자본주의의 불평등도 공존하지만 말이다. 나는 자기실현을 위한 열심과 노력에 상응한 보답이 아직은 가능하다 믿으며 테크(tech)기업의 엄청난 자본과 부(富)에 대한 분노를 지운다. 가진 것에 족하고 넉넉할 수 있게끔 변화된 것이 아마 나이들면서 얻은 지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스테이시 김(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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