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만4천872명 운집…2002 월드컵 영웅 집결 속 ‘AGAIN 2002’ 카드 섹션도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한 태극전사와 '세계 최강' 브라질의 화끈한 한판 대결에 초여름 밤 상암벌이 축구 열기에 제대로 휩싸였다.
2일(이하 한국시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는 6만4천872명의 관중이 들었다.
지난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의 6만4천375명을 넘어선 수치다.
경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경기장엔 많은 팬의 발걸음이 이어져 2002 월드컵 20주년 '풋볼 페스티벌 서울'이 한창인 북측 광장을 비롯해 먹거리를 살 수 있는 푸드 트럭 등도 일찌감치 장사진을 이뤘다.
입장권 온라인 판매 개시 첫날 동시에 74만 명이 몰리는 '예매 전쟁'을 치르고 당당히 한자리를 꿰찬 팬들은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챙겨 경기장으로 향했다.
특히 대표팀과 소속팀을 가리지 않고 벤투호 '캡틴' 손흥민의 유니폼이 가장 많이 눈에 띄어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손흥민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정유진(26)씨는 "친구와 함께 보려고 연석을 잡느라 힘들었다. 3시간을 기다려 예매했고, 오늘은 오후 2시쯤 대구에서 출발해서 왔다"며 "손흥민 선수가 다치지 않고 잘 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정씨는 "(2018년 10월 열린) 우루과이전 이후 코로나19로 오지 못하다가 모처럼 A매치에 왔는데, 브라질에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결과보다는 플레이를 즐기려고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슈퍼스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한 브라질 선수들의 이름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상당수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선취골을 넣은 브라질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9번 호나우두'가 마킹된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조지민(23)씨는 "어릴 때부터 형과 함께 게임을 하며 축구를 좋아해 왔고 브라질도 좋아한다. 네이마르는 물론, 제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라 비니시우스 등 레알 선수들의 플레이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당연히 응원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아시아 예선에서는 잘하다가 월드컵 본선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낼 때가 많았는데, 이번 월드컵은 괜찮을 것 같다"며 힘도 실었다.
일찌감치 입장해 그라운드 분위기를 느끼는 팬들이 줄을 이은 가운데 경기 시작을 1시간가량 앞두고 열린 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체육훈장 청룡장 수여식부터 본격적으로 열기는 고조됐다.
수여식엔 2002 월드컵의 '레전드' 박지성, 안정환이 함께 해 팬들의 환영은 더욱 뜨거웠다.
이어 양 팀이 몸을 풀러 등장하자 팬들은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한국 선수들은 물론 브라질 선수들이 특유의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개인기를 선보일 때도 큰 탄성이 나왔다.
선수 소개 때는 이례적으로 상대 팀 선수 이름에도 매번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전날 발 부상 소식이 알려져 우려를 자아냈던 브라질의 네이마르가 선발로 소개되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했다.
(서울=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를 이긴 건 단연 손흥민이었다.
경기 시작 이후 관중석의 데시벨은 더욱 커졌다. 전반 12분 손흥민의 연이은 슈팅 등 양 팀의 공격 전개에 맞춰 환호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전반 22분가량이 지나고서는 2002 월드컵의 기억을 되새기는 카드 섹션이 관중석 전체에 펼쳐져 장관을 이뤘다.
동쪽 스탠드에는 '어게인(AGAIN) 2002', 북쪽 스탠드에서는 태극기, 남쪽 스탠드에서는 2002년 당시의 응원 티셔츠 슬로건 '비 더 레즈!(Be the Reds!)'에서 따온 '위, 더 레즈!(We, the Reds!)가 진하게 새겨졌다.
(서울=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전반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전반 7분 한 골을 먼저 내준 한국이 응원의 힘을 받아 전반 31분 황의조(보르도)의 동점 골로 균형을 맞추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온 나라가 축구 열기로 가득했던 2002년으로 돌아간 듯했다.
경기 중간 이따금 표시된 경기장 데시벨 수치는 최고 '106'까지 올라갔다.
한국이 황의조의 골 이후엔 한국이 추가 득점 없이 연이어 골을 내주며 1-5로 졌지만, 팬들은 비니시우스 등 화려한 브라질의 교체 선수의 투입에도 탄성을 지르며 경기를 즐겼다.
경기 막판엔 관중석 전체에 휴대전화 불빛이 번져 축제 분위기를 냈다.
완패로 경기를 마친 태극전사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짙었으나 그라운드 사방을 돌며 인사하는 선수들에게 팬들은 따뜻한 박수로 격려했다.
한국 방문을 마음껏 즐기는 행보로 화제를 몰고 다니다 경기장에선 기량으로 팬 서비스를 마친 브라질 선수들도 그라운드 사방을 돌아보며 멋진 응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박수로 보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