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하는 말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골프와 자식이라는 농담이 있다. 골프의 달인 타이거 우즈도 마음대로 안 되는 운동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녀교육도 부모의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40대의 나이에 골프를 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온 종일 필드에서 보내기에는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팬데믹의 여파로 탁 트인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라 골프가 안전할 것 같아 주말을 이용, 지인들과 라운딩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2년여만에 골프없는 인생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골프가 이젠 삶의 한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골프광이 된 이유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이만한 운동이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스윙에만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잡념이 들어올 틈이 없다. 한홀 두홀 전진하면서 골프에만 집중하다보면 일상사에 찌든 스트레스는 어느 덧 사라지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 또한 카트를 타지않고 18홀을 계속 경기하다보면 걷기운동이 되기때문에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골프를 치다보면 다양한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맺어진다. 우연히 같이 라운딩을 하게 되더라도 골프를 치면서 담소를 나누다보면 금방 친구가 되어버린다.
최근 한인사회에서도 각종 단체나 동문회, 동호회 등이 주최하는 골프 대회가 줄지어 열리면서 장학기금모금은 물론 친선을 도모하는 등 소속 회원들에게 소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협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타운 경기도 활성화되는 계기를 골프가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7년 LA 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있는데, 인생이 마라톤과 같다는 점을 당시에 느꼈다. 꾸준히 쉬지않고 포기하지 않으면서 종착역을 향해 달려야하기 때문이다. 골프 역시 마라톤처럼 인생과 비슷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골프를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되는가?
첫째, 힘을 빼고 마음을 비워야한다.
골프의 고수들이 ‘힘빼는 데 3년’이 걸린다는 말을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티박스에만 올라가면 그동안 연습한 것을 잊어버리고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게 마련이다. 골프를 치면서 뒤땅을 숱하게 치고, 벙커에서 엉뚱하게 홈런을 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다보면 어깨에 저절로 힘이 빠지고 겸손해진다. 누구나 이 과정을 거쳐서 싱글 골퍼가 된다. 결국은 ‘힘빼는 데 3년’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마음의 욕심을 다스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년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욕심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라운드 전에는 드라이버에서부터 퍼팅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마지막 홀 그린을 마치고 마음대로 된 것을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다. 살아가면서 희노애락을 겪듯이 골프도 생각지도 못했던 해저드나 벙커에 빠지고 OB를 내 벌타를 받기도 하고 골프채를 내동댕이 치고 싶을 정도로 싫어질 때가 있다. 최근에 그린이 보이지도 않는 각도에서 친 칩샷이 신기하게 홀로 빠져 들어가면서 생전 처음으로 버디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하늘에 붕 뜬 기분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가볍게 쳤더니 정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또 한번은 너무 샷이 안돼서 좌절하는 순간 긴 롱퍼팅이 멋지게 홀인되어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셋째, 남을 배려하면서 함께 가야한다.
나이가 들어서 골프를 계속하는 한 팀을 만들 수 있는 동반자 3명이 있는 사람은 가장 행복한 골퍼라고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이 적어도 3명이 된다면 정말 행복한 삶일 것이다. 주변에 친구가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평상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우정을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다. 나이가 들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고 오해도 생기기 때문이다.
넷째, 사회성과 정직을 몸으로 배운다.
골프를 치다 보면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 아무도 안 볼 때 자기 공을 건드리고 싶은 유혹이 생길 때 정직이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된다. 또한 골프를 통해 관계, 독립성, 정신력, 위기관리 능력 등을 배운다. 특히 오늘 잘 친 사람이 내일 잘 친다는 기약이 없기 때문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골프를 통해서 겸손과 배려, 사랑을 배우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된다. 골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인생의 지혜를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주말마다 골프가 그리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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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