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힘든 세월이다. 나스닥 지수가 지난해 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고 S&P 500도 최근 20% 저점을 찍고 약세장에 진입했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존버’하면 회복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지만 급락세를 기록하는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단기 전망도 좋지 않다. 인플레이션 탓에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라간 개스비 등 물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정부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무엇이든지 하려 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이 밉겠지만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대처다.
금융환경 외에 실물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올라가는 스테그플레이션 출현을 확신하고 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기 침체(리세션)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빠르면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소위 전문가들의 경제 분석이 시류에 맞춰 급변한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증권사들의 올해 증시 전망은 우울하다. 최근 웰스파고는 올해 연말 S&P 500 지수 전망치를 4,200~4,400으로 하향했다. 기존 4,500~4,700에서 300포인트나 낮춘 것인다. 하향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이다.
시간을 지난해 연말로 돌려보자. 믿기 힘들겠지만 웰스파고는 지난해 말 올해 S&P 500 전망치를 최대 5,300으로 발표했다. 팬데믹이 해제되면서 경제 회복세가 강해져 기업 이익이 순항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최근과 같이 8%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을 ‘전혀’ 하지 못했고 연준이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았었다.
웰스파고 뿐만이 아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 14곳의 지난해 연말 올해 증시 전망치는 S&P 500 기준 4,982포인트로 5,000에 근접했다. 그런데 최근 증시 상황이 나빠지자 갑자기 지수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표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같은 증권사들이 맞나 의심될 정도로 하락장을 확신하는 모습이 어색하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회사와 이름을 내걸고 증시 전망을 하는데 사실은 맞는게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특히 모두 알다시피 월가 전문가들의 연봉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증시와 주가 전망을 주로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신입 직원도 수십만 달러의 연급여를 수령한다. 그 돈이 투자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대표적으로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의 최근 주총에서는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보너스 지급안이 처음으로 부결됐다. 증시 불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물론 최근 급락에 제대로 대응도 못하면서 5,26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보너스를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의사는 구속력이 없지만 이사회는 ‘진지한’ 검토를 시사했다.
물론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다. 전문가들이 주가 전망을 어떻게 내놓든지 간에 최종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 돈을 잃은 후 주식 투자를 권한 사람에게 보상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반대로 돈을 벌었을 때 그 이익을 공유할 투자자도 없는 것처럼. 결국 지금 급락세로 아파하고 있다면 이를 다음 투자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월가의 바보들을 책망하면서 기자 본인도 반성한다. 그동안 받아쓰기처럼 증시 전망을 기사로 썼지 깊이 있는 분석은 전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기사를 쓸 때 더 유념하겠다. 모든 투자자들의 ‘성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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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