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팬데믹과 죽음
2022-05-16 (월)
김명수(버클리문학협회 회원)
‘사람들이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한 말이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김영민 교수가 쓴 책제목도 있다.
죽음이라는 건 생각지 말고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나에겐 더 좋아보였다. 아마도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허무적인 의미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코비드 팬데믹이 2020년 3월부터 미국에도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누가 확진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65세 이상이고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감염되면 십중팔구 사망될 것이라 하였다. 65세 이상이고 당뇨병이 있었던 나로서는 마치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 앞으로 3개월 후면 죽을지도 몰라. 그러나 3개월 후에도 용케 살아있다면 덤으로 사는 인생으로 생각하자.’ 그렇게 시간이 지날 때마다 덤으로 더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2021년 6월 AGT(America’s Got Talent)에서 제인 마체프스키(Jane Marczewski)는 “It’s OK”라는 노래를 불렀다. 의사는 그녀가 시한부 인생으로 2%만 살아날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폐암 그리고 간암에 척추까지 암이 전이되었다.
노래의 가사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 지금 길을 잃었습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습니다.” 2022년 2월 19일 31세 나이로 그녀는 죽었다. 2%는 0%는 아니라며 희망을 갖고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불렀던 마체프스키가 죽었다고 하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우리에게 “It’s OK.”라는 노래를 부르며 기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이별의 시간이 왔다. 우린 자기 길을 간다. 나는 죽고 너는 산다. 어느 것이 더 좋은가는 신만이 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쇼펜하우어는 또한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죽음은 태어나기 이전의 나 자신이다.”
사람들이 팬데믹 동안 예상치 않았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또 언제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팬데믹을 지나며 죽음을 준비하며 살게 된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준비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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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버클리문학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