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어머니날에 즈음하여
2022-05-06 (금)
스테이시 김(사회복지사)
해마다 찾아오는 어머니날이지만, 올해는 특별히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사무친다. 금방 눈물이 고일 만큼. 유방암으로 치료를 받는 중에도 아픔을 호소하지 않으셨던 엄마. 항암치료를 꿋꿋하게 받았지만 재발된 이후에는 더이상의 항암치료보다 평안한 마음으로 정리하기 원하셨고, 그러다가 마지막 호스피스 케어를 앞둔 시점에 조용히 하늘의 부름을 받으셨다. 자녀들과 화상으로 대화를 마치신 후, 자리에 누운 지 5분도 채 못되어 깊은 숨을 두어 번 쉬신 후 바로 삶을 마무리하신 엄마. 방금 전 전화통화를 마쳤는데 곧바로 죽음을 알려와서 어찌나 황망하고 애가 타던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멍멍한 느낌이 가슴에 남아 있다. 사람의 목숨이란 게 내 의지대로 정리하기 어려울진데, 엄마처럼 삶의 무대를 짧은 이별로 아름답게 퇴장한 것은 복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양로원에 계신 할머니들의 최고의 소원은 아프지 말고 지내다가 잠자듯 가고 싶다는 거다. 복용하는 약의 분량이 점점 많아지고, 치매로 정신을 잃어버린 것조차 기억에 없다. 생존에 대한 본능은 무섭게 남아 있어서 먹는 것에 대한 관심과 욕심은 크다. 종종 작은 일에 노여워하고 때론 서슴없는 욕설이 서로간에 난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잠시 후엔 다시 웃으면서 큰소리로 얘기하는 모습이란… 곁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그냥 웃고 만다.
그들 마음속 신앙의 뿌리는 기도할 때 나오는 언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80대 말에서 90대 초의 연세를 가진 어른들의 기도는 습관에 배인 것일 수도 있겠으나 자녀들을 위한 기도만큼은 진실하다. 미국땅에 이미 3, 4대에 이르는 자손을 둔 이도 있건만 마지막 여생을 양로원 공간에서 작고 조그맣게 오그라든 몸집으로 우두커니 남은 시간을 홀로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애잔하다.
가끔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목사님을 초청해 동그랗게 둘러앉아 찬송을 부르는 모습은 그래도 예쁘다. 기억을 잃어버린 탓에 부르는 곡들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의 젊었던 기억들을 되살리는 기쁨이 있을 터이다. 현재의 모습이 아닌 한창 곱고 아름다웠을 자신들과의 만남. 지금의 나이는 저만치 떨어져 나간 채, 기억하고 싶은 내 모습만 바라보는 순간, 아이같은 미소가 있고 순수함이 엿보이는 그 순간의 모습은, 최소한 어머니날을 맞는 이 시점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겠다. 난 그렇게 곱고 기품있는 노년의 모습을 유지하며 남은 생을 살고 싶은데 가능할까?
<스테이시 김(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