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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벽에 붙은 바나나

2022-05-02 (월) 김명수(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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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벽에 붙은 바나나
접착제 덕테이프로 “벽에 붙은 바나나”가 예술품인가? 이것은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런 걸 작품이라고 하나’ 이해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러한 걸 예술작품이라고 만든 사람이나 그렇게 보는 사람이나 모두 어리석어 보였다.

문득 안데르센의 단편작 “임금님의 새옷” 이야기가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옷을 만들었는데 바보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뽐내기 좋아하는 임금님은 바보라는 말을 듣기 싫었다. 혹시 자신의 눈에만 보이지 않나 하여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벌거숭이가 되어 밖으로 나가 행진하였다.

임금님의 벌거벗은 몸을 보던 행인들은 놀라면서도 남들이 바보로 생각할까봐 임금님은 최고로 멋진 옷을 입었다고 칭찬하며 떠든다. 그때 길거리에 서있던 한 어린아이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소리질렀다는 이야기다. 예술가 카텔란은 “벽에 붙은 바나나” 작품을 발표하기 이전인 2016년에는 18K 순금으로 “아메리카(America)”라는 실제로 제 구실을 하는 변기를 조각품으로 만들었는데 2019년 전시 중에 도둑을 맞았다고 한다.


아무튼 그의 바나나 작품이 페로틴 화랑에 전시되었을 때 전시 구경온 사람들의 반응을 보려고 카메라를 설치했다. 마치 도둑 맞았다가 되돌아온 모나리자의 그림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처럼 인산인해를 이루며 서로가 사진을 찍고 작품에 관해 토론들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Banana on the wall” 작품이 12만달러에 사라 엔데만에게 팔렸다고 한다. 그로서리에서 사온 바나나는 전시중에 먹어 없어졌는데도 이 작품을 산 사람은 예술작품의 개념을 담은 공개인증서를 받은 것이라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는 “벽에 붙은 바나나”로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했던 것일까? 2009년 1월 처음으로 비트코인이 일본의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만들어졌을 때 나는 이해 못했다. 그때만 해도 한개에 1달러에 살 수 있었는데 지난달에는 한개에 5만달러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해되지 않는 그림들이 화랑의 벽에 걸려 있다. 1천만달러가 넘는 작품도 있다. 예술의 가치와 감동을 느꼈기에 그만한 돈을 지불했을 것이다. 비트코인, 그리고 ‘벽에 붙은 바나나’는 상상력의 허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상력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진가를 이해 못하고 있으니 나는 바보인가? 아니면 길거리에서 소리를 질렀던 천진한 어린아이인가?

<김명수(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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