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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2022-04-28 (목) 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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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미 국방부는 2022 ‘핵태세검토’(Nuclear Posture Review) 및 ‘미사일방어검토’(Missile Defense Review)의 기밀 사본을 의회에 전달했다. 언론 보도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핵 사용 억제력과 미국의 군사 전략에서 실존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할 것임을 거듭 강조하는 내용이 이 보고서에 포함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본토의 공격과 동맹국 및 파트너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을 때 극한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핵태세 보고서를 추가로 내놨다. 핵 공격을 당했을 때만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그 동안의 방어적인 원칙에서 벗어나 재래식 무기 위험에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논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8년 NPR 이후 핵 위협 환경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비 통제 옹호자들은 바이든이 미국의 국방 계획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이 2022년 핵태세 검토에서 미 국방부의 핵 매파들이 제시한 일련의 옵션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면서 최근 한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는 정세 분위기다. 비확산 조약은 빠르게 너덜너덜해질 것이고, 지역의 안보도 다시 재편되어질 확률이 높다.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지난 4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골치 아픈 문제였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실질적으로 아무런 인센티브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지 않았다. 그 결과 핵탄두와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백악관은 북한 경제에 대한 재정적 압박을 유지, 때로는 증가시키면서 전제 조건 없는 외교에 대한 개방성을 강조하는 ‘이중경로접근 방식’(dual-track approach)만을 취했을 뿐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세상에는 보상없이 저절로 사라지는 문제와 위기는 없다. 북한은 처음부터 핵심 시설을 숨겨 왔고 어떤 유인책 보다 핵무기를 분명히 고수했다. 그리고 혹독한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바꾸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노력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선택권은 두 가지 로드 맵 밖에 없다. 첫번째 행동 방침은 비핵화를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강조하며 경제제재 압박을 통해 지금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틀림 없이 북한을 무시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이전의 정책 실패의 시체로 가득 찬 길이기도 하며 북한을 괴물(monster)로 만들기도 하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이 취해야 할 두 번째 행동 방침은 보다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로 시야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비핵화는 헛된 꿈이라는 가혹한 현실을 삼켜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을 멈출 필요가 있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을 하늘로 보내는 것을 중단하기를 원한다면 유엔 제재를 풀고 구체적인 패키지와 함께 핵과 미사일 양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게 무엇을 제공할 의향이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즉, 협상을 원하면 워싱턴이 실제로 협상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도 평양이 번영하려면 지구상에서 가장 정교하고 치명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워싱턴을 자극해서는 안된다. 젤렌스키가 푸틴을 자극한 결과는 너무도 참혹하다. 미국은 억지력에 상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전쟁을 준비해 온 북한과는 달리 전쟁만을 계속해서 해 온 미국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미국의 직접적인 이익이 공격 당할 경우 미국이 그러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2022 핵태세 검토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추가로, 바이든 행정부가 유혹에 빠져서는 절대로 안되는 일이 있다. 한 명 이상의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어떤 형태의 선제 공격의 유혹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선제적으로 부딪치는 것은 북한이 가장 피하고자 하는 정권을 참수한다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게임은 학살, 난민, 핵무기 사용의 유혹 등 잔혹한 ‘혼란의 상태’(stew)가 뒤따를 것이고 그 스튜에서 게임은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일본까지 개입하게 될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군사적 행동을 고려했지만 파국적인 전쟁의 위험이 너무 크다고 평가하면서 철회했다. 지금의 북한은 핵개발 초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핵 완성 끝 무렵에 도달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단 1퍼센트의 선제 공격(preemptive strike)도 고려해서는 안된다. 한반도가 핵 전쟁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다는 것은 상당한 취약성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케이건(Robert Kagan)은 특히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정상으로의 복귀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보듯 이들 국가들을 전혀 신뢰 할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냉정하게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지정학적 희생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을 유지하며 군사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증가하는 핵 위협으로부터 한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방향으로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

<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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