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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친정엄마와 방울 토마토

2022-04-19 (화) 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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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데이가 다가오니 친정엄마 생각이 난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더 깊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지만 나의 효도를 받아줄 엄마는 이제 세상에서 만날 수 없다.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은 어머니의 사랑이 그립다.

울 엄마는 살아계실 적에 우리 집에 몇번 다녀가셨는데 방울 토마토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작년 여름 햇살이 따스한 어느 날 우리 정원 텃밭에 나갔는데 그때 제법 텃밭 야채들이 푸릇푸릇 제각각 싱싱하게 쑥쑥 올라와 있었다. 구슬처럼 달랑달랑 토마토 가지를 장식하고 있는 방울 토마토를 하나 따서 입 속에 넣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났다.

그런데 이내 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친정엄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엄마 목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울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마침 방울 토마토가 잘 익었던 모양이다. 소녀 같으셨던 친정엄마는 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방울 토마토를 하나 따드신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너의 집 텃밭의 방울 토마토가 색도 이쁘고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하나 따먹어 보니 정말 맛있더라”라고 하셨다. 내가 얼른 방울 토마토를 듬뿍 따서 엄마에게 가져다 드렸더니 엄마는 “이 맛난 토마토를 나 혼자서 어떻게…”라며 환한 웃음을 짓고 맛나게 드셨다. 그때 그런 엄마의 모습이 햇살과 내 눈물 속에 뒤섞여 뿌옇게 떠올랐다.


엄마는 생전에 방울 토마토를 좋아하셨다. 우리 집 유기농 방울 토마토를 맛나게 드시던 엄마가 정말 그리운 날이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그렇게 갑자기 천국에 가실지. 어릴 때는 엄마가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

우리는 해마다 봄이 오면 토마토 모종을 사서 텃밭에 심는다. 이 방울 토마토가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으면 나는 또 친정엄마를 떠올릴 것이다. 엄마의 사랑을 기억할 것이다. 이 방울 토마토를 천국에 계신 엄마에게 보내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럴 수 없는 것이 마음을 찢는다.

어른 고아가 된 나는 엄마와 방울 토마토의 추억을 평생 가슴에 담고 매년 이렇게 그리워할 것이다. 엄마 저 보고 계시죠? “엄마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엄마가 많이 그립습니다.”

<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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