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여성환자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을 이유로 필자를 찾아 왔다. 환자는 과거에 여러 차례 여러 의원들을 방문하여 진단 및 치료를 받아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이도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환자의 어지럼증은 약 1-2년 전 갑자기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자주 일어났다.
어지럼증의 세기도 더욱 심해졌으며, 어지럼증이 한번 올 때면 보통 하루 이틀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였다. 어지럼증은 환자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과거에 여러번 똑같은 증상으로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하였다고 한다.
환자의 어지럼증은 주위가 한쪽 방향으로 빙빙 돌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나는 어지럼증과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며 정신을 잃을 것 같은 형태의 두 종류의 어지럼증이었다.
또한 환자는 오랜 동안 편두통을 알아왔으며, 가족 중에도 편두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명 있다고 하였다. 환자의 편두통도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났고, 두통의 강도도 매우 심하여 이로 인해 정상 활동을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환자의 문제는 보통 빙빙 도는 형태의 어지럼증이 먼저 오고, 그 이후에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들이 동반되어 함께 나타났는데, 흔하게는 멀미한 것 같이 속이 좋지 않거나 토하기도 하며, 눈이 사물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해지기도 하며, 또한 눈과 귀가 큰 소리나 밝은 빛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두통이 시작되기전 귀에서 소리가 들리거나, 반대로 청력이 떨어져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 말하는 것도 어눌 해지고, 눈에서는 물건이 둘로 보이는 복시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였다.
환자가 최근 응급실을 방문하였을 때 찍은 뇌컴퓨터 단층촬영에는 비정상 소견이 없었다. 이어서 뇌자기공명영상을 하게 되었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뇌종양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뇌의 구조적 이상을 배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상에는 흔히 만성 편두통 환자에게 보이는 뇌의 백색질 변화와 약간의 퇴행성 변화가 관찰되었다. 이는 환자가 매우 오랜 기간 편두통을 앓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이상의 여러 소견을 종합하여 환자의 어지럼증을 편두통의 일부로 나타나는 ‘편두통성 어지럼증’으로 진단하게 되었다.
흔히 ‘기저동맥 편두통’으로도 알려진 이 환자의 특이한 어지럼증에 대해서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와 예방요법이 알려져 있다. 물론 이 환자에게도 이를 적용하여, 궁극적으로 증상의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었다.
문의 (571) 620-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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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국 / 신경내과 전문의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