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권력은 어떤 성격의 정권이 들어서는가에 따라 그 관계가 설정된다. 한국의 언론 지형은 거의 일방적으로 보수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 까닭에 진보적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지속돼 온 것이 사실이다. 보다 정확히는 보수언론에 의한 일방적인 비판과 매도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 바로 그랬다. 보수 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 하나하나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시비를 걸었다. 당시 인터넷에는 이를 꼬집는 유머들이 넘쳐났을 정도다. 노무현은 재임 기간 내내 보수언론들과 불화했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퇴임 후까지 이어졌다. 그가 퇴임 후 살려고 지은 봉화마을 사저는 보수언론들에 의해 ‘초호화 아방궁’으로 덧칠됐다. 집을 지은 건축가에 따르면 집을 짓는데 들어간 돈은 당시 강남 아파트 한 채 값 정도였다. 그런데도 언론은 주저치 않고 사실을 왜곡했으며 많은 사람들은 이런 보도를 그대로 믿으며 욕을 해댔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보수언론은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 근거 없는 비판과 사실 왜곡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불편한 관계는 어쩌면 진보 성향의 권력과 보수 성향의 언론들 사이의 숙명일지 모른다.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시절 폭스뉴스와의 갈등이 특히 그랬다. 반대로 극우적 성향의 트럼프 시절에는 진보언론들과의 관계가 최악이었다.
이번 한국대선은 보수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언론 환경 속에서 치러졌다. 그리고 그 결과가 윤석열 당선이었다. 그런 만큼 일단 언론과의 관계에서 윤 당선인은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의 당선 후 일부 언론들이 보이고 있는 태도와 보도 내용에서도 그것이 확인된다.
그의 당선이 확정된 날 일부 방송들의 특집 다큐에서는 “아직은 먼 봄, 겨울의 끝자락. 추위를 뚫고 피어난 매화처럼, 그는 나타났다”고 한껏 추켜세우는 등 낯간지러운 ‘윤비어천가’가 흘러넘쳤다. 또 문재인 정부 내내 부동산 가격 폭등을 까대던 언론들이 윤석열 당선 후에는 같은 사안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꿨다. 당선인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파트 가격이 다시 꿈틀대자 이번에는 ‘대박’ ‘화색’ 같은 호의적인 표현들을 써가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중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다.
언론과 권력의 관계는 밀월관계, 건전한 긴장관계 그리고 적대적 관계로 나눠볼 수 있다. 지나친 밀월은 권언유착으로 변질된다,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봐온 행태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흔히 은폐의 왜곡이 많이 자행된다. 엄연히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외면하면서 독자와 시청자들의 눈을 가리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무조건 트집거리를 찾아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언론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건강한 긴장관계이다. 언론은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동반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본분에 충실한 것이다. 이것이 국민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된고 너무 떨어져서도 안 되는 ‘불가근불가원’이 언론과 권력의 관계가 돼야 한다.
얼마 전 윤석열 당선인이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언론사 기자가 “정말 외람되오나”라는 서두로 질문을 시작해 구설에 올랐다. ‘외람되오나’는 높은 분을 ‘모시는’ 사람의 표현이다. 국민들을 대표해 질문을 던져야 하는 기자 입에서 나올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기자 개인의 습관이나 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윤 당선인의 멘토로 알려져 있는 한 ‘스님’이 수년 전 용산을 언급했던 발언을 다룬 기사들이 연이어 삭제되고 기자들의 단체 소통방에서 비판의견들이 가려진 일 등은 향후 권력과 언론 사이의 관계와 관련해 우려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