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치러진 대선 결과가 나오면서 지지후보에 따라 한인 유권자들의 희비 또한 엇갈렸지만 같이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한국계인 앤디 김 뉴저지 주 연방 하원의원(민주)이 한인 이민사에서 처음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은 한인사회 전체의 기쁨이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앤디 김의 연방 상원의원 당선은 지난 1992년 한인사회 최초의 김창준 연방 하원의원 탄생에 이어 32년 만에 또 다시 이뤄낸 정치적 쾌거라 할 수 있다.
앤디 김은 이번 당선으로 동부지역에서 처음으로 연방 상원에 진출하는 아시아계 정치인이 됐다. 전국적으로 보면 통산 열 번째 아시아계 연방 상원의원이다. 그동안 아시아계 연방 상원의원들은 대부분 중국계와 일본계로 하와이 출신들이 많았다.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 역시 하와이 출신 중국계 히람 퐁으로 그는 하와이가 연방에 편입된 1959년 하와이의 첫 연방 상원의원이 됐다.
현재 연방 상원의원은 100명, 하원의원은 435명이다. 임기는 각각 6년과 2년이다. 하원보다 긴 임기와 적은 숫자가 암시하듯 연방 상원의 위상은 하원에 비해 높고 권한은 더 크다. 선거구의 인종 구성에 따라 소수민족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많은 하원과 달리, 상원은 주 별로 단 두 명만 선출하기 때문에 백인 비율이 압도적이다. 현 상원 구성을 보면 백인이 89명, 즉 89%에 달한다.
훌륭한 학벌과 외교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 같은 뛰어난 스펙과 함께 앤디 김의 뛰어난 정치적 자산으로 꼽히는 것은 개혁적 이미지이다. 그는 기득권 세력의 텃세와 견제를 이겨내면서 연방 상원의원 도전을 성공으로 이뤄냈다.
앤디 김은 현역이었던 밥 메넨데스 의원이 지난해 9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다음 날 SNS를 통해 전격적으로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뉴저지는 당 지도부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투표지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특혜를 주는 관행이 오래 존재해왔다. 그러니 당에 제대로 허락도 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그가 곱게 보일 리 없었다.
특히 기득권층인 현 주지사의 부인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앤디 김은 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이런 상황을 정면승부를 통해 돌파했다. 김 의원은 ‘카운티 라인’으로 불리는 투표용지 관행이 헌법 정신에 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김 의원의 도전은 유권자들에게 개혁가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주었고 주지사 부인은 지지율 부진 속에 결국 후보를 사퇴했다. 김 의원은 예비선거에서 75%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다. 그런데도 뉴저지 주지사는 메넨데스 사퇴로 공석이 된 연방 상원의원 자리에 김 의원이 아닌, 자신의 전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몽니를 부렸다.
하지만 5일 김 의원이 당선되면서 그는 당선인증이 되는 오는 11월27일자로 연방 상원의원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이며 내년 1월 119회 연방의회가 개회되면 정식으로 한국계 최초 연방 상원의원으로서 6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5일 당선 확정 후 그는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우리는 정치가 인맥과 부를 가진 소수의 배타적 클럽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외쳤다. 보수색이 우세한 지역구에서 도전장을 던져 연방 하원의원에 3번 내리 당선되고 연이어 연방 상원에까지 입성한 정치적 도전과 성공은 그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웅변해주고 있다.
올 42세인 앤디 김은 연방 상원에서 세 번째로 나이가 어린 의원이 된다. 그런 만큼 그에게는 창창한 전도가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몇 번의 임기를 잘 수행해 낸다면 다음 도전은 무엇이 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