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베이비문(Babymoon)
2022-04-05 (화)
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
친한 젊은 의사 선생님이 “저 올 봄에 아빠돼요” 그러며 싱글벙글 한다. 그래서 다음주에 하와이 마우이로 산부인과 의사인 아내와 베이비문을 떠난다고 나한테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아, 한참 꿀 떨어지게 좋을 때다’ 그런 생각이 들어 활짝 웃으며 “신나겠어요. 너무 좋아 죽을 듯한 모습이네. 선생님 베이비문 가는구나. 축하해요. 하기야 아기 태어나기 전에 단둘이 좋은 여행 가야지, 아기 태어나면 그날로 단둘이 여행은 땡이지.” “맞아요. 아기 태어나면 육아에 밤낮으로 바쁠테니 지금이 좋은 기회예요.” 둘만의 시간을 가질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즐기려 하는 그가 멋지게 느껴졌다. 이제 너와 나만이 아닌 우리가 되는 거니까.
최근 몇 년간 젊은 부부들 사이에 첫 아기를 임신을 하고 출산 전에 부부가 함께 오붓한 여행을 다녀오는 베이비문(Baby Moon)이 유행이라고 한다. 결혼한 신혼 부부가 첫 여행을 떠나는 허니문(Honey Moon)과 비슷한데, 곧 아기를 위한 ‘태교 여행’이자 다가올 출산과 육아의 고된 시간에 대한 ‘보상 여행’이기도 하다.
우리 세대는 결혼 후 임신을 하면 이것저것 조심하라는 어른 말씀을 따르느라 여행은 생각도 못하고 조심조심하다 출산을 하면 친정집에서 몸조리를 하고 육아는 거의 아내의 몫이 되었었다. 남편들은 직장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아기를 보는 아빠들을 거의 볼 수 없었던 시대였다.
그런 면에서 요즘 젊은 여성들은 똑똑한 것 같고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당당히 하는 패기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경제력도 좋아지고 여성들이 교육도 남성만큼 받고 권위도 상승하여 자기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는 듯하다.
첫 아기 출산은 젊은 부부에게 있어 흥미진진하고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이다. 예전처럼 대가족으로 가족 어르신들이 주위에 있어 도와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스스로 출산 준비를 하고 스스로 육아를 준비해야 한다 .
나 때는 무거운 몸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생각도 못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용감하고 부부 중심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베이비문을 떠나는 젊은 부부들을 보며 느낀다. 어떤 부부들은 임신을 할 때마다 베이비문을 떠나기도 한단다. 자기 둘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젊은 부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
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