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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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졸혼(卒婚) 문화

2022-04-01 (금) 양벨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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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놀랍다. 1980년대에 이미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미래의 가족의 변질을 예견했다. 독거 세대, 비혼, 동성 부부, 아이 없이 사는 부부 등 여러 가족 구조를 제시했다. 핵가족의 붕괴와 이혼, 재혼으로 파생되는 확대가족을 포함한 다양한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40년 전에 어떻게 그는 알았을까! 요즈음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라는 신조어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남녀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룬다는 평범한 관습은 이제 고전이 되나 보다.

현 세대는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동거커플이 많고 이상할 것도 없다. 아마도 언제든 큰 타격 없이 관계를 끝낼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두고, 불필요한 법적 제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일 것이다. 쓰기 위한 연필에, 지우기 편하도록 지우개를 달아 놓은 편리함이랄까?

서로 사랑하면서 결혼은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젊은이들의 생활방식과 사랑이 식은 황혼 부부가 결혼을 유지한 채 따로 사는 생활방식은 과히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극과 극이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졸혼이 그것이다. 졸혼이란 황혼기의 부부가 동의하에 법률적으로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의무에서는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삶을 말한다.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저서 ‘졸혼 시대(2004)’에서 처음 졸혼이란 단어가 파생된 이래 빠르게 퍼져나갔다. 지금의 황혼세대는 남녀가 호감을 느끼면 결혼의 울타리로 함께 들어가서 나가는 문은 닫아 놓고, 법적으로 이혼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문밖으로 나가는 시대를 살았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늘면서 긴 노후생활이 불협화음에서 벗어나 서로가 조금 덜 불행하다면, 졸혼도 그나마 가치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TV 예능 프로 등에서 유명한 탤런트들의 공식 졸혼 선언은 이제 우리 사회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 과거엔 자녀양육의 의무를 마친 여성이 주로 요구하였다면 최근에는 남성의 요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갈등을 처리해가는 서로의 노력일 수도 있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며 의리를 지키고 상대방이 어려울 때 도움을 선뜻 줄 수 있는, 법적 가족의 테두리에서 안정감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어머니 세대에 통하던 미운정 고운정으로 살던 시대는 갔고, 그대들, 졸혼 대신에 마시면 처음처럼 다시 사랑하게 되는 진짜 사랑의 묘약을 구해보자.

<양벨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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