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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부모의 권위

2022-03-31 (목) 이미경(발레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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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권위’라는 말은 나쁜 단어, 보수적인 단어 혹은 낡은 단어로 그 뜻과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 원래 ‘권위’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만하고, 존경할 만하며, 따를 만한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아름다운 훈장이어야 한다. 부모가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할 때 자녀들에게 권위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모범이 되며 배울 만한 어른으로서 행동할 때 상사의 권위가 부여된다. 어른이 어른다운 행동을 하여 젊은 사람들에게 본이 될 때 젊은이들은 이들의 말을 경쳥하고 들으려 애쓰게 되는 것, 이것이 권위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권위를 권력으로 인식함으로써 내가 돌봐야 하는 아이들, 부하직원들, 젊은이들, 사회의 약자층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듯하여 참 안타깝다.

어릴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든 밖에서든 존댓말을 써야 했다. 가끔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자신의 친구들과 부모와의 대화에서 반말로 주고받는 것을 보고는 의아해 하며 질문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난감하지만 “원래는 존댓말을 써야 하지만 요즘에는 친구같은 부모님들이 많아 그렇게 허용되는 것이야”라고 했다. 마치 존댓말을 쓰는 사람이 부자연스러워 보이게 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어딜 가나 예의가 먼저였다. 긴 줄 앞에 본인도 뛰어 들어가고 싶겠지만 문을 잡고 서 있으면서 뒷사람을 먼저 배려하게 했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면 끼어들지 않고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자세가 더 중요함을 가르쳤다. 어찌 보면 너무 유교적이 아닌가? 하고 반문할 정도였다. 세상에 장유유서가 사라지고 그저 평등한 게 좋다고만 가르치는 세상에서 이런 우리 가족의 교육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누구에게나 예의를 다해서 대할 때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거나 적대감을 느끼게 할 리 만무하다는 것을 아는 이상, 이런 교육은 우리에게 학교 성적보다 중요했고 세상에 나가 성취해 오는 어떤 상보다도 중요했다.


난 참 자유로운 영혼이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 늘 옳다고 믿어왔으나 내 아버지의 훈계와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배려는 나의 삶에 지표가 되었음이 틀림없다. 비뚤어져 나갈 수도 있었지만 결국 바른 길로 걷게 하는 힘 말이다.

가정에서는 많은 것들이 고쳐지고 바로잡아지고 세워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가족의 문제를 사회 전문가에게만 의존하는 현 세태와 부모의 권위를 상실하고 아이와 씨름하는 부모들이 방송매체에 나와 힘듦을 호소할 때 많이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바로 알려주면 아이들은 불안해 하지 않고 부모를 신뢰한다. 하지만 부모가 마냥 친구같다면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다소 불안하지 않을까?
이 시대는 어른이 필요하다.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으로 살아간다면 젊은이들은 우리에게 존경을 선물할 것이고 권위도 입혀 줄 것이다.

<이미경(발레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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