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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미 82공수사단

2022-03-31 (목) 문성진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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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말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의 축출을 위해 투입된 미군 82공수사단은 ‘로큰롤 공습’ 작전을 편다. 노리에가가 치외법권 지역인 주파나마 교황대사관으로 피신하자 주변에 대형 스피커를 설치해 로큰롤 음악을 엄청나게 큰 소리로 틀게 한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82공수단이 직접 디제이에게 전화를 걸어 컨트리가수인 리 그린우드의 ‘갓 블레스 디 유에스에이’를 비롯한 여러 곡의 노래를 신청하기도 했다. 결국 며칠 뒤 독재자는 ‘음악 폭격’에 지쳐 포로가 됐고 82공수사단은 파나마시티 무력 점령에 이어 승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82공수사단은 101공수사단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미 육군의 최정예 공수사단으로 본부대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포트 브래그에 있다. 1917년 8월 조지아 주 고든에서 창설된 이 부대는 사단 구성원의 출신지가 미국 48개 주 전역에 분포돼 ‘올 아메리칸(All-American)’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약칭과 부대 마크도 이니셜인 ‘AA’를 쓴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프랑스에 파병돼 독일군을 무찔렀다. 1968년 베트남전쟁과 1983년 그레나다 침공 때도 자유 세계의 수호를 위해 싸웠다. 지난해에는 아프가니스탄 철수 지원 작전에 투입돼 전쟁의 종식을 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 폴란드를 방문해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군 82공수사단 병사들을 만나 격려했다. 이튿날 연설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권좌에 남아있을 수 없다”며 축출까지 암시했다.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이 82공수사단 병력 3,000명을 폴란드로 급파한 뜻이 푸틴의 목줄을 틀어쥐려는 데 있었음을 굳이 숨기지 않은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 부재로 접경국에서 미군의 ‘원거리 지원’만 받는 한계가 답답할 듯하다. 반면 한반도 위기 발생 시 미군이 자동 개입하도록 돼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좀 다르다. 그래도 한미 연합훈련 복원 등 동맹 강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성진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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