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몸 전체에 펴져 고통이 심해서 괴롭다고 호소했던 어느 한국 가수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후 그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뭇 사람들의 비난과 후 폭풍에 시달리다 결국 거짓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어린 시절의 불행했던 가정환경, 가난, 정서적 상처를 이겨낸 후 가수로 우뚝 섰다. 그러나 그의 거짓말과 거짓 행동은 ‘희망을 심어주는 젊은 사람들의 우상’이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그는 가수로서 인기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수입도 적어지자 거짓말로 팬들의 동정심을 일으켜 후원금을 받았다. 인간본성의 악한 면인 이기심과 탐욕이 드러났던 것이다. 그의 행위가 죄가 되느냐 아니냐는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할 일이고 나는 심리적인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일종의 해리증상이다. 한 순간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을 벗어나 딴 사람 같이 되어 문제를 풀어보려는 무의식적 시도가 비현실적 행동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기억상실증이나 이중인격(다중인격) 증상이 이에 속한다. 한편 거짓말은 주로 의식적 상태에서 하는 행동으로 해리현상이라 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불안심리다. 인간이 가장 흔하게 느끼는 정서가 불안이다. 환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떤 문제든 간에 거의 대부분 불안 감정을 호소한다. 실제로 정신질환 중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병이 불안장애다. 실존 철학자는 그 이유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본다. 인간의 한계와 불확실성에 대한 무기력감 때문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내 임상경험에 의하면 죽음의 두려움보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불안은 더 자주 나타난다.
세 번째는 인정 욕망이다. 첫째, 둘째 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인정 욕구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나타나 예전에 비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더 광범해졌기에 인정 욕구는 더 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감정을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칭찬과 인정에서 찾으려 한다. 보통 자존감, 자신감이 낮은 사람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망이며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너무 강박적으로 추구하면 인정 중독에 빠지기 쉽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자라면서 경험한 불안한 애착 형성이 중요한 요인이다. 연예인 중에 인정 중독에 삐지는 경향이 많다. 그들에게는 인기도가 생명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기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통제 불가능이다. 그게 중독의 특성이다.
인정 중독의 진통제는 무얼까? 대화치료이다. 자신을 파괴하고 있는 강박적 인정 욕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일이다. 영원한 승자나 완벽한 사람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스스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행복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자기존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은둔 행동치료도 하나의 대안이다. 은둔 행동치료(Retreat behavioral therapy)는 평화스럽고, 고요한 자연환경 속에서 심신을 가다듬어 재충전을 도와주는 행동치료의 일종이다. 처음에는 주로 약물 중독자를 위한 치료였지만 지금은 여러 정신질환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매일 매일 인기 경쟁과 소셜네트워크 댓글에 시달려 정신적 문제로 고통 받는 연예인들의 정신건강 유지에 좋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종교 단체에서 실시하는 묵상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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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