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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교회의 행복한 동행

2022-03-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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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의 아들들인 카인은 사람이 낳은 최초의 사람, 아벨은 최초로 죽은 사람이라고 성경은 전한다. 형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임으로써 최초의 살인자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카인의 아벨 살해에 비유되기도 한다. 두 나라는 동방 정교, 그 중 독립 종파의 하나인 같은 러시아 정교회 영향 아래 있는 형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교의 입장은 무엇인가.

개신교, 가톨릭, 동방 정교 등 종파를 초월하는 교회 연합체인 세계교회협의회(WCC) 등에서는 진작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의 중단을 위한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력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무고한 희생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도 러시아 정교 신자 수 백만명이 있다. 하지만 모스크바의 정교회는 이들이 아니라 이번 작전의 성공과 러시아 군인들의 안위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측의 푸틴 지지는 확고하다. 대표적인 푸틴 지지자로 꼽히는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 키릴 대주교는 이번 전쟁은 잘못되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형이상학적인 투쟁의 일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최고 종교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구 소련 붕괴 후 극심한 혼란기를 겪은 러시아의 1990년 대는 참혹했다. 사회주의 종주국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푸틴은 이런 혼란 속에서 지난 2000년 권좌에 올랐다. 러시아 정교는 푸틴을 난세를 치세로 이끈 지도자로 칭송한다. 지금은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이 트여 있다. 그렇게 되면 48세이던 대통령이 84세 가 돼 스탈린 보다 재임기간이 5년 더 길게 된다.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려면 이론적인 기반이 있어야 한다. 어느 독재나 구조와 작동 논리는 비슷하다. 독재는 ‘러시아식 민주주의’로 포장됐다. 외부 위협에서 벗어난 사회 안정과 지속적인 번영이 지향하는 목표로 제시됐다.

러시아의 외부 위협은 소비 만능과 개인주의가 바탕인 서구 자유주의. 미국과 서유럽으로부터 침탈당하고 있는 러시아의 전통가치를 지켜야 한다. 무분별한 서구 자유주의에서 나온 인권이 부도덕한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그룹인 LGBTQ에까지 미칠 때 인권은 더 이상 인류 보편의 가치가 아니다. 이런 인권은 제한돼야 한다.

러시아 정교는 여기서 푸틴 독재와 접점을 찾게 된다. 지배 이데올로기를 상실한 러시아에게 포스트 소비에트의 정체성 확립은 시급한 과제였다. 푸틴에게 정교회는 러시아 정신을 지키는 코너 스톤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구의 영향력이 침투하면서 전통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회복’이 필요한 이유다.

러시아 정교는 생존 과정에서 오랜 탄압과 체제 순응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교회는 정치권력에 의해 억압받거나 필요할 경우 용인됐다.

강성해진 왕권에 의해 간섭이 심해지자 러시아 정교는 더 많은 종교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볼세비키 혁명 때는 혁명의 편에 섰다. 기대와는 달리 혁명 후 교회는 구악으로 내몰렸다. 혹심한 탄압이 이어졌다. 교회 소유 재산은 몰수되고, 반혁명적이라는 이유로 무수한 성직자가 처형되거나 유배됐다. 러시아 정교는 멸절 직전에 내몰렸다. 종교의 자유는 소련 붕괴 후 갑자기 찾아왔다.

10여년 전 키릴 대주교가 취임하면서 러시아 정교와 푸틴의 행복한 동행은 본격화됐다. 몰수됐던 교회 부동산은 되돌려 지고, 러시아 정교의 가르침은 공립학교 교육에도 반영됐다. 교회는 무분별한 서구 자유주의로부터 러시아 정신과 가치를 지키는데 이용되고 있다.

서구 복음주의에서는 러시아 정교회가 복음과 사랑의 능력을 상실한 교회로 지적되기도 한다. 교회가 신의 무덤이 된 예로 보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 정교는 경쟁자인 서구 개신교의 러시아 전파 차단에 앞장서고 있다. 러시아 선교에 힘쓰던 미주 한인교회들이 가중된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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