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의 옛 한 정보 수장이 실토했다. 미국과 소련(특히 푸틴) 양측의 정보의 오판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진단만은 맞는 진단이다.
우리 속담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라고 하지 않은가!
6,25동란을 일으킨 김일성도 남침을 하면 3일 만에, 아니 당일에라도 서울 점령은 물론 서울시민들, 남한 동포들이 열렬히 환영, 호응해줄 것이라는 철석같은 믿음으로 점령 후 3일간 의문의 서울 체류가 화근이 되어 결국은 그들의 야욕인 남한 침공이 실패작이 되었지 않은가.
더 거슬러 올라가 2차대전의 원흉 히틀러가 정보능력이 허술했을 리 있었겠나? 정보의 과신, 한마디로 과대망상과 망상에 사로잡힌 지도자의 정보 분석의 오판과 주위의 부추김이 한몫 했음이다.
지금의 푸틴의 광폭함을 분석해보자. KGB에서 단련되었다는 푸틴도,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꼴이 된 것 같지 않은가?
우선 그들의 군사력이 비록 우크라이나의 그것과는 비교될 수 없는 우위이긴 하나 러시아 국민들의 전쟁반대 여론은 물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사항전 정신과 예상 밖의 미국과 서방유럽 나토국가들의 단결과 지원으로 단시일 내로 평정하려던 푸틴의 계획이 거의 한 달이 되도록 성과를 못 내고 있지 않은가?
경제 제재로 그들의 경제는 국가부도, 파국직전, 또한 세계경제가 출렁거리고 있다.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national financial telecommunication-벨기에 본부를 둔 1973년 창설, 15개국 239개 은행가입, 현재 200여국 11,000개 은행 가입, 전 세계적 금융결제 조직체)의 위력은 매일의 경제활동에 필수, 특히 국가간 무역거래, 모스크바의 숨통을 꽉 움켜지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실질적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위력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코 작지는 않다고 하겠다.
이렇게 된 판국에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이야기가 떠도는 것 같은데, 왜 이런 발상을 애초부터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생각 안 했을 리 있겠는가? 잘 하면 전부를 집어삼킬 수도 있을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힌, 결국 과욕 그 자체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나토 회원국이 되어 서방진영의 핵미사일이 앞마당격인 우크라이나에 배치되는 우려, 꼭 1960년대 초 소련의 핵무기 쿠바 배치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같은 경우가 됨이 아니었을까?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지금이야 결사항전 정신으로 국민들을 단합시키며 한때 미국의 망명 권유도 뿌리친 것에 감동은 하나 아예 좀 양보하여 푸틴에게 전쟁 빌미를 제공하지 말았어야 하는 원망을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걱정하며 모금과 더불어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자하는 세계인들을 대신해 하고 싶다.
전쟁에서 꼭 이겨야 하지만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길 수만 있다면 좋겠고, 분쟁 없이 평화롭게 국민들이 살 수 있게만 할 수 있다면, 국민의 안녕과 한 지도자의 권위와 체면,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명약관화다. 우크라의 대통령 젤렌스키에게 동정과 원망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오판으로 전쟁이 나면 죽어나는 사람들은 일반 백성들뿐, 그들 죽어가는 남녀노소들이 어찌 불쌍하지 않은가.
한때 세계 제3위 핵 강대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라는 한낱 종이쪽지에 불과해버린 감언이설의 국제적 언약(의무사항인 국제 조약이 아님)하나 믿고 무장해제를 당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의 판단력은 가히 ‘빵점', 지금 생각하면 모골이 오싹해지는 사건이었다.
지금 조국 대한민국은 정부의 교체기에 있다. 지도자들의 양식과 판단력을 믿지만, 너무 강대국에 의존은 금물이며, 지나친 강경기조로 긴장사태를 자의건 타의건 조성하는 모든 언행은 신중을 기해주기를 모든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는 사실 항상 염두에 두기를 간곡히 바란다.
한반도에 분쟁이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는 집단도, 국가도 바로 내부에, 또 지근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아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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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