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6일은 한인여성 4명을 포함, 8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사건 1주년이었다. 이때 최초로 아시아계 미국인이 당하는 차별과 범죄가 공론화 되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아시안은 증오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승객이 유리병으로 맞고 칼로 공격당하는 등 묻지마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아시안인 우리는 길을 가기가, 지하철을 타고 직장에 가기가 겁난다. 그렇다고 집안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 11일 브롱스 용커스에서 60대 아시안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 현관문을 키로 열다가 뒤따라온 40대 남성 용의자에게 무차별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 남성은 바닥에 쓰러진 여성을 125번에 걸쳐 때리고 7차례 발길질을 했다. 무지막지한 남성에게 구타당하는 1분30초 동영상은 보는 이에게도 악몽이었다.
지난 2월에는 맨하탄 차이나타운에서 30대 한인여성이 집안까지 따라온 노숙자 흉기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또 플러싱 지역에서 30대 한인남성이 괴한의 커터 칼 공격으로 목덜미, 귀밑, 뺨 등에 중상을 입었다.
왜 이렇게 아시안 대상 범죄가 나날이 늘어나는지, 또 가해자가 왜 흑인이 대부분인지를 짚어보자. 먼저 트럼프 시대에 대두된 백인 우월주의는 반이민 정서를 퍼트렸고 코로나19 이후 질병 발상지가 중국으로 알려지자 반중국 분위기가 반아시안 분위기로 확장된 것이 주요원인 중 하나이다. 그들이 보기에 중국인과 한인은 외모로 구별이 안된다. 그러니 모든 아시안이 타깃이 되었다.
비영리단체 ‘아시안·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멈춰라(Stop AAPI Hate)‘에 따르면 2020년 3월19일부터 지난 해 말까지 아시아인 증오범죄는 총 1만905건에 달한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중 68%가 여성이 타깃이라는 점이다. 노인이나 여성 등 약자를 무분별한 증오와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저소득층 흑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 실직 등 직접적 피해를 많이 입었다. 일부 흑인들은 자신들도 노예제 과거와 함께 현재의 흑인 차별을 겪으면서도 아시아계 미국인, 히스패닉계 미국인 등 타인종을 혐오한다.
그래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경영하는 업소에서 물건을 훔치거나 강도짓을 하고 발각되면 오히려 불매운동이나 시위, 방화 등으로 텃세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종혐오 범죄가 흑인 폭력만 부각되어 아시안과 흑인간 갈등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올해로 20주기를 맞는 LA 폭동이 백인경찰 과잉진압이 그 원인인데도 분노한 흑인들은 애꿎게 한인상점을 약탈하고 불태웠다.
어디까지나 이런 일들은 백인이든 흑인이든 인종차별 혐오자인 개개인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아시아계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같은 유색인종이자 소수민족인 아시안의 입장에 공감하는 흑인도 많다.
3월은 여성들의 사회적 기여와 공적을 기리는 여성 역사의 달이다. 여전히 여성들은 부당함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누구나 뉴스에서 보는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은 다른 인종, 다른 국적, 다른 문화가 부딪치는 곳에서는 어디서든 존재한다. 법이 아무리 인종차별을 금한다고 해도 개개인의 편견과 선입견, 종교관에 의해 발생하니 완전히 막을 방법이 없다.
본인이 아는 한인2세 여성은 요즘, 빈손으로 직장에 가고 친구도 만나러 간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교육 받고 직장도 가진 시민권자인데 전화기와 크레딧 카드만 잘 안보이는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도둑이나 강도 범죄의 타깃이 되는 것을 미리 피하는 것이다.
뉴욕에 사는 동료와 친구, 이웃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딸인 이들이 마치 전장에 나가있는 것처럼 긴장하고 있다. 하늘에 전투기가 날고 옆에 폭탄이 떨어져야만 전쟁인가. 코로나19도 끝나 가는데, 겨우 일상이 회복되려는 참인데, 전시 여성 잔혹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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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