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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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캘리포니아 유채꽃

2022-03-08 (화) 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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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호 가는 길에 차 창가로 바라본 먼 산에 노란색 천지였다. 바로 유채꽃이었다. 조금 더 지나니 길가에도 노란꽃이 여기저기 빛을 발하며 한들거리고 있었다. 운전하던 남편도 멋지다며 환호했다. 이 유채꽃을 보니 제주도 유채꽃이 떠올랐다. 유채꽃 속에 파묻혀 활짝 핀, 이제 갓 결혼해 신혼여행 온 젊고 행복한 부부들 모습이 두둥실 떠오른다.

또 캘리포니아 유채꽃 속에 문득 제주에 사는 내 친구 M이 떠올랐다. 유채꽃이 내친구를 정말 많이 닮았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이쁘니 말이다. 내 예쁜 친구 M은 마음씨도 좋다. 그녀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밝고 맑은 유치원 원장님이기 때문이다. 왕방울 눈에 오똑한 코, 야무진 입...유채꽃 같이 활짝 웃는 그녀가 문득 보고 싶어진다.

고등학교때 같은 반이었지만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몇십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다시 우연히 연이 닿았다. 그녀는 친정엄마의 장례 소식을 듣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나를 위로해준 아름다운 사람이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그녀는 마냥 귀엽고 똘망한 고교 시절 모습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내가 제주 그녀의 집을 방문하자 그녀는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제주 유람을 시켜 주었다. 유수암리에 사는 그녀가 나를 처음 데리고 간 곳은 유채꽃밭이었다. 우리 둘이 유채꽃밭에 들어가 각종 웃기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던 생각이 떠올라 배시시 혼자 웃고 만다.

한국 제주에서 보았던 유채꽃을 태평양 넘어 캘리포니아 산과 들에서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안 해 보았다. 한 송이의 유채꽃을 집 근처에서 볼 때는 무심코 지나갔는데 밖에 나와 먼 산의 유채꽃 군단을 보니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역시 사람이나 자연이나 함께 있을 때 더 예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멀리서 볼수록 초록산에 만발한 유채꽃 군단이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듯하고 봄이 멀지 않았음을 예시하는 것 같았다. 산을 물들이는 캘리포니아 노란 유채꽃을 보며 제주 친구와의 유채꽃 추억을 더듬어 본다. 그립다 친구야. 보고 싶다 내 친구 M. 사랑하고 축복한다. 건강하고 행복하자.

<이은경(산타크루즈 코리안 아트 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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