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폴리티션
2022-03-07 (월)
김미혜(한울 한국학교 교장)
요즘은 어디를 가나 온통 선거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다. 고국의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선거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것도 당연하다. <더 폴리티션>은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을 꿈꿨던 고등학생 페이튼 호버트가 학교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다. 어릴 적부터 야심차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페이튼이 선거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은 고등학교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민망하다. 학생회 회장 출마에도 뛰어난 성적과 능력, 인기는 물론이고 부모의 재력도 뒷심이 되어주어야 한다. 선거의 공약과 유세 등 치열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MSG가 가미됐겠지만, 자녀가 명문대만 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스카이캐슬 ”은 국적을 불문한다.
지난주 아이의 고등학교에서도 학생 임원 선거가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ASB(Associated Student Body) 활동을 한 딸은 학생 임원에 도전했다. 선거는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1년 전, 임원에 도전해서 실패를 맛보았던 아이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긴장하는 눈치였다. 그때 울고 있던 아이는 이것이 앞으로 겪어야 할 인생 서막의 전초전임을 알았을까. 엄마로서 내 아이가 잘되길 바라지만 인생을 살아보니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도 값지다는 것을 안다. 실패도 처음일수록 어렵다. 그래서 제대로 실패를 연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선거가 있던 날, 나는 파울로 코엘료 <아처>의 글귀를 준비해 두었다.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그날 아침의 활쏘기에 너무 휘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수많은 날이 남아 있고, 각각의 화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이다.”
살면서 아이가 그렇게 기뻐하는 것을 몇 번이나 봤을까. 원하는 것을 이룬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메모는 다음에 쓰려고 넣어두었다. 낙선 학생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들이지만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은 제법 근사하다. 당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기 동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주길 딸에게 당부한다.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라고 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투표로서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끝난 게 아니다. 그들이 잘하는지 감시해야 하는 역할이 바로 국민에게 있다.
<김미혜(한울 한국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