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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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팬데믹의 그림자

2022-03-04 (금) 양벨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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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손이 주먹을 꽉 쥔 채로 마비되어 도움 없이는 밥도 먹지 못하고 90% 의존형 토탈 케어(total care)가 필요한 젊은 여자 환자가 있었다. 말은 할 수 있고 손등을 이용하여 태블릿으로 터치해가며 영화를 보고, 겨우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는 게 그녀의 일상이다. 문제는 손톱이었다. 오므린 손가락은 펴지지 않아도, 자라는 손톱이 손바닥 살을 뚫고 있지만, 트리머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온갖 장비를 이용하여 두 사람이 잡고 손톱을 잘라주어야 했다.

겨우 1년 전에 Hand & Elbow Surgery Center에서 손가락을 펴는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간 수차례 환자를 이동시켜 진료를 받으며, 수술 가능한지를 판단한 후에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모든 검사가 완료되었다. 2일 전에 수술하는 대형 전문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집도의의 부인이 코로나가 확진되어 수술실이 폐쇄되었고, 무기한 연기라고 했다. 이 수술을 승인받는데 걸린 시간과 의사 간의 의뢰와 또 다른 임상전문가들의 소견을 거쳐 겨우 잡힌 수술이 취소되었을 때, 환자도 울고 의료진도 허탈하였다. 그녀의 다음 수술 예약은 멀다.

이보다 더한 코로나 팬데믹의 그림자는 사회적 고립이다. 법으로 막힌 사람들의 행선은 마음 편하게 가족조차 만나지 못하게 하였고, 사람을 만날 때도 내심 걱정이 되어 상대의 동선을 파악하고, 내가 감염되지 않으려고 피해야 했다. 혼자서 집에 콕 박혀 있는 것이 살아남는 지혜라고 생각되었다. 회사원은 재택근무를 하고 편리함을 누려보았다. 그 사이 배달음식 서비스는 늘고, 더욱 혼자 사는 삶을 부추긴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라는 신조어가 오래전부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와 흡사하다. 이것은 사회생활을 멀리하고, 방이나 집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현상 모두를 말한다. 이미 1인 세대가 늘고, 혼족, 혼술, 혼밥, 집순이, 집돌이 단어가 유행처럼 도는 때에 주변에 사람없이 사는 시대를 살아본 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이런 경험이 혼자 사는 이기적 편리함으로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2년 우수작으로 뽑힌 일본 단가를 보자. <이인분 구운 식빵과 진한 커피향만 남은 고적한 아침> 그려보라! 한 사람이 카페에서 2인분의 빵을 주문하고, 누군가가 앉아있다고 상상하며, 지난밤의 불면을 깨우듯 진한 커피를 마시는 조용한 아침의 외로움. 진정 무엇이 중요할까.

<양벨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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