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에 사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5살짜리 조카가 허공에 대고 “짱구야 지금 몇시야?”라고 외치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선 누군지 모를 그 ‘짱구’는 나긋한 목소리로 “현재 시각은 오후 12시20분입니다”라는 대답을 해왔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방금 조카가 누구와 대화를 한거냐고 물으니, 언니는 인공지능 스피커 이름이 ‘짱구’고, 스피커에 시간을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또 어느 날은 기저귀를 차고있는 아기가 종이책을 주니 검정 글씨에 엄지와 검지를 대고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금치 못한 적도 있었다. 어찌보면 어릴적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로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태블릿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고 뛰놀던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차이가 너무 커 그 괴리감에 흠칫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MZ세대’라는 키워드가 큰 주목을 받으며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태어난 Y세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일부 대중은 20~30년을 아우르는 출생 인구를 한 세대로 묶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있지만, 언론에서는 ‘MZ세대’를 자주 언급하며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대중에 널리 알려진 바에 따르면 M세대는 유명 연예인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평소엔 실속을 챙기다 때때로 과감히 돈을 쓰는 소비패턴을 보이며, 부모를 권위적이라고 생각하는 특성이 있다고한다. Z세대는 인기 유튜버 로부터 영향을 받고, 돈은 쉽게 충전해서 가볍게 사용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며, 부모를 친구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세대 모두 디지털 시대에 익숙하고, 재미를 추구하고 사고가 자유로우며, 사생활에 대한 간섭을 싫어한다는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한다고 한다.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도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일보다 본인의 삶을 우선시하고, 비교적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으며, 자아실현,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쫓고,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공유하고 있다. 반면 40~50대 기성세대는 개인의 삶보다는 집단 내 소속감을 중요시 여기며, 조직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현재 보다는 미래를 위한 저축 또는 희생을 목표로 삼는 특성이 있다.
이처럼 특정 세대로 개개인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자라온 시대적 배경과 실질적인 환경이 다른만큼 각 세대간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차이가 크며, 이 차이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세대간의 크고작은 갈등과 균열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인 ‘꼰대’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아직까지도 흔히 쓰인다는 점만 봐도 세대간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성세대에 해당되는 직장 상사들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경험을 토대로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조언을 하지만 세대차이로 인해 2030 세대는 많은 부분을 왜곡되게 받아 들이며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같은 세대 간의 간극을 인지하고 있는 기성세대는 혹여나 꼰대 취급을 받게될까 하고싶은 말을 억누르기도 한다. 반대편에는 과거와는 다르게 저성장 시대에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 MZ세대가 있다. 그들은 때로 “나 때는 말이야~”라며 노력을 폄하당하기도 하며, “열정도 없고, 생각도 없다”라는 무지한 비난을 받으며 기성세대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게된다. 결국 모든 세대들은 불가피하게 가정, 학교, 직장 등 사회 공동체에 소속돼 활발한 교류를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세대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서는 이같은 갈등과 균열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서로간의 화합을 위해 베이비붐, X, Y, Z, MZ등으로 세대를 나누고 각각 다른 시대적 배경에 따라 생겨난 세대간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유익하다. 하지만 세대를 분류함으로서 세대 간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서로를 향한 분노나 원망이 심화되는 현상은 벌어지지 않도록 중립을 지켜야한다. 세대간의 특성이 다르며, 그 다름을 인정할때에만 세대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다. 각 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먼저 알고, 이해하며, 서로를 수용하는 사회로 한 걸음씩 발돋움 하기를 바란다.
<
구자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