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영화를 보듯 나의 하루 일상을 들여다본다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까?
관객의 입장에서 나라는 사람을 평가한다면 일하고, 집안일하고 아내와 중간중간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 나라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길이 있을까? 일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일들을 제외하고 지금 별다른 취미나 활동을 하는 것이 없다 보니, 나의 일상은 재미없는 영화 아무도 보지 않을 영화로 제작될 일조차 없을 것 같다.
재택근무가 만 2년을 향하는 시점에 아직도 팬데믹 이전처럼 자유로이 돌아다니지 못하다 보니 일상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가끔 아침부터 저녁까지 미팅이라도 잡히는 날은 아파트 밖으로 한번 나가보지도 못하는 날도 있을 정도로 좋게 이야기하면 무탈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삶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하는 일도 같은 부서에서 6년 이상 있다 보니 모든 게 익숙하고 팬데믹 이후로 출장도 없다 보니 일상에서 다이내믹한 일을 찾기가 어렵다. 그냥 무색무취한 삶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는 꿈 많은 청년, 만나면 항상 엉뚱한 생각이나 새로운 걸 찾아다니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누구를 만나도 비슷한 대화만 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매우 반복된 삶을 살다 보니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삶의 동력을 조금 잃은 것 같다.
아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다 어릴 때부터 본인이 좋아하던 발레의 세계로 다시 입문하게 되면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것을 보았다. 특히 이번 달에 있었던 백조의 호수 공연을 다녀왔는데, 아내의 눈동자가 정말 초롱초롱 빛나는 것을 보았다. 나도 덩달아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 것 또한 경험했다.
나에게도 아내에게 발레와 비슷한 오랫동안 좋아했지만, 뭔가 못 이룬 꿈 같이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원래는 육상 단거리 달리기였고, 그것이 나중에 운동화인 스니커즈로 옮겨갔다. 요새 한정판 스니커즈가 큰 사회. 문화적 현상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스니커즈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보통 스니커즈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다른 점을 하나 찾자면, 나는 수집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스니커즈를 세계 곳곳에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는 점이다. 달리 설명하면, 스니커즈가 전 세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컨셉이다.
몇 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열심히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진들을 보여주거나 출력한 사진들을 들고 다니면서 나의 스니커즈 사진들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던 나의 모습이 그립다. “나이키한테 돈을 받고 하는 거냐”, “나이키에서 연락이 안 오냐” 이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취미도 그만하게 되었다.
그런데 취미가 사라지니 삶의 활력도 잃고, 나의 정체성도 잃어가는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의 옷 서랍장은 총총 연한 원색들에서 단조로운 색들로 바뀐 것을 내가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찍었던 스니커즈 사진들과 스니커즈와 관련된 많은 노트들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나의 색과 나의 향기를 다시 내고자 한다.
무색무취한 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삶을 취미를 통해 다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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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