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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총기, 세균, 비트코인과 반사회적 우파

2022-02-09 (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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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텍사스를 꽁꽁 얼린 혹한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1,000만 명의 주민이 수일간 전력을 공급받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은 텍사스의 최대 전력공급원인 천연가스의 심각한 생산 차질이었다. 앞서 2011년도의 한파 이후 연방 규제당국은 텍사스의 가스와 전력 시설 보호를 위한 방한조치를 요구했지만 주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텍사스는 아직까지도 대다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방한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천연가스 업계는 연방당국의 지시를 귓등으로 흘려보낸다. 대신 그레그 에봇 주지사는 비트코인 채굴 권장이 전력공급망 확충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어마어마한 전력량이 결과적으로 주의 발전시설 확대로 이어지면서 정전위험을 줄일 것이라는 논리다.

맹랑하게 들리지만 이 같은 셈법은 공화당이 즐겨 사용하는 패턴에 딱 들어맞는다. 공화당을 장악한 우익분자들은 사회적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기보다 그들의 반사회적 이념에 부합하는 비해법(nonsolution)에 의존한다.


필자가 비해법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한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가장 명백한 최근 사례인 코비드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론 디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거의 모든 조치를 차단하려든다. 디산티스 주지사와 주 정부 관리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안하지만 사실상 완전한 반백신주의자다. 디산티스는 자신의 부스터 접종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그를 지지하는 반백신주의자들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는 백신과 거리두기를 하는 대신 예방접종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항체치료에 매달린다. 코로나바이러스 항체가 오미크론 치료에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연방식품의약국(FDA)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는 환자치료를 위한 FDA의 항체사용 승인을 거듭 촉구했다.

심각한 질환을 예방해주는 백신접종에 반대하면서 구태여 비싸고 효과가 없는 치료법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얼까? 얼핏 보면 뚜렷한 상관관계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지 몰라도 이와 상당히 유사한 닮은꼴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교내 총격이다.

교내 총격은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단히 미국적인 현상이다. 허다한 학생들의 희생을 불러온 교내총격사건에서 미국이 선두를 달리는 데에는 나름대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총기판매제한, 신원조회와 공격용 살상무기의 사적인 소유금지 등과 같은 상식적인 조치로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공화당은 오히려 일반인들의 총기접근 기회를 확대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몇몇 주에서는 학생보호차원에서 교사들을 무장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들 두 가지 예가 지니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라면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의 안전한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 정부가 큰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에서만 인간은 번영을 누릴 수 있으며, “공동선”에 참여할 때 비로소 “끔찍하고, 야만스러우며 단명한” 자연 그대로의 삶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법집행기관이 필요한 이유는 타인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개개인이 무장을 해야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공중보건정책도 동일한 원칙을 반영한다. 가능하면 개개인은 스스로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어야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전염성질환의 성격상 청정식수에 대한 공적 투자라든지 팬데믹 동안 마스크착용과 백신접종 의무화와 같은 집단행동이 필수적이다. 전력공급과 통화시스템 같은 필수적인 경제적 측면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미국의 우파를 반사회적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파 구성원들은 사회적 협력에 기반을 둔 모든 정책을 거부한다. 그들은 우리 모두 홉스가 말하는 반이상향(dystopian) 상태의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잠재적 다중살인범의 손에서 총을 빼앗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교사를 자경대원으로 무장시켜 총격법을 사살토록 할 것이다. 우리는 전염병의 확산을 제한하려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대중에게 병에 걸린 후 비싸고 효과가 없는 치료제를 복용하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또 무슨 얘기인가? 필자는 이와 관련한 디산티스의 억지논리는 이해하려 노력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해치고 에너지를 잡아먹는 산업을 권장하는 것은 텍사스의 전력공급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뿐이다.(최근 카자흐스탄에서는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에너지 공급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전력공급대란이 일어났다.)

더욱 궁금한 것은 공화당이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이유다. 최근 공화당의 한 상원의원 후보는 “친 종교, 친 가족, 친 비트코인”을 자신이 표방하는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필자는 공화당이 가상화폐에 쏠리는 이유는 AR-15 공격용 무기로 가족을 보호하고, 기생충약이나 오줌으로 코비드를 치료하며, 정부나 은행과 같은 기관의 개입 없이 사적으로 만든 통화로 거래를 한다는 자족적 개인주의 환상을 비트코인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런 모든 것들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확실한 존재이유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필수적 기능에 대한 우파의 줄기찬 공격은 불가피하게 우리 모두의 삶을 더욱 끔찍하고, 야만스러우며 단명하게 만들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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