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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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자유주의

2022-02-09 (수) 김일선 글렌데일 통합교육구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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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클로저란 ‘둘러싸기’ ‘울타리 두르기’를 의미한다. 16세기 영국의 봉건 영주들은 소유지에 농사를 짓는 대신 농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고 목축업에 뛰어들었다. 농사짓는 것보다 양을 길러 당시 최대 산업인 모직물 공업 원료로 팔아넘기는 편이 훨씬 이윤이 남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대로 농사짓고 정착해 살던 농민들은 보금자리에서 ?겨나게 되었다.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양이 인간을 잡아먹는다”고 말했다. 농경지가 없어지고 양을 키우는 목장이 들어서면서 대규모 농민들이 쫓겨나는 이른바 ‘인클로저 운동’을 두고 한 말이다. 16세기와 18세기 동안 진행된 1차 및 2차 인클로저 운동을 거치면서 많은 공유지가 사유지로 전환됐다. 귀족과 토지 소유주들은 누구나 함께 이용할 수 있던 공유지를 사적소유지로 전환시켰고 이들은 의회를 통해 법으로 이를 제도화했다.

코로나 시련의 긴 터널 끝이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에 이어 차기 지도자를 선출할 대선의 시간이 되었다. 20대 대선의 화두와 시대정신은 ‘공정’이다. 공정의 일차적 대상은 경제이고 경제의 근본 목적은 일자리이다.


조선의 3대 천재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불평등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관(정부)이다”고 하였다. 20세기 최고의 규범 철학자이자 칸트 철학의 대가 존 롤스는 ‘정의론: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원칙’에서 “납득 가능한 불평등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했다. 즉, 인정될 수 있는 불평등은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가 크지 않은 구릉사회이다. 이번 대선에서 한 후보가 기본 소득, 기본 금융, 기본 일자리, 기본 주택과 같은 기본 시리즈로 구릉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본 시리즈의 근본정신은 공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미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 기업들을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저소득 가정과 교육,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과 일자리 창출에 투자하며 사회경제적 자원이 ‘아래’로 흐르도록 했다. 이는 사회경제적 자원이 ‘위’로 흐르도록 한 레이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반대되는 신케인즈주의를 의미한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의 이론적 배경인 케인즈주의. 하이예크와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 그리고 이제 다시 폴 크루그먼, 재닛 예런 등 신케인즈주의자들이 큰 정부를 주장한다.

도지사 출신의 대선 후보는 도지사 시절 청소 경비 노동자 휴게시설을 개선했다. 택배 노동자가 쉴 수 있는 ‘취약노동자 휴게실’도 마련했다. 소수의 고액체납자들을 찾아내는 ‘광역체납기동팀’이라는 새로운 ‘공공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러한 공공 일자리를 ‘기본 일자리’라고 한다. 국가가 제공한 공공 기본 일자리는 든든한 사회 안전망이 된다. 그리고 기본 주택, 공공주택은 사랑의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기본 시리즈로 ‘억압할 자유가 아닌 공정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김일선 글렌데일 통합교육구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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