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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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 마음의 불을 밝히고

2022-02-07 (월) 원공/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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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마다 설날에 촛불을 밝히는 의식을 한다. 촛불은 밝은 마음을 상징한다. 밝은 마음으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더 나은 새해를 바라보는 뜻이 담겨있다. 또한 과거 행위의 기억(업, karma)이 잠재의식에 저장되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데, 이것을 녹이는 것은 밝은 마음이다. 불이 밝게 비추고 녹이고 태우듯이, 마음의 촛불을 밝힌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우리는 지난 일을 반성하고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밝은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하루는 잠에서 깨어남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깨어남이 밝은 마음이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은 꿈 속에 사는 사람이다. 삶의 깊은 지혜를 깨달으신 분들은 우리에게 깨어나라고 한다. 그 분들에게 우리는 잠들어 있는 것이다. 꿈 속에 사는 것은 잠재의식에 기억된 업식을 통해서 보는 것이며, 깨어있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자기생각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바로 보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길을 가는데 밝게 보는 눈이 필요한 것과 같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 속에 사는-업(karma)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은 바르게 볼 수 없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지금의 삶은 그동안의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서 어떤 일을 이루는 과정에는 많은 선택이 있다. 그리고 적절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르게 보아야 하며, 그러한 지혜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나온다. 마치 잔잔한 물에 사물이 뚜렷이 비추는 것과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하려고 했다는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생활 철학이 하나의 예이다.

불교의 모든 수행은 맑고 고요한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마음의 불을 밝히라는 것은 깨어있으라는 것이며,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알아차리고 지켜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차츰 생각과 감정에 거리가 생기고 마음은 맑고 고요해진다.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다.

어떤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거의 모든 생각은 업식의 작용이고, 알아차리는 것은 밝은 마음의 작용이다. 자기의 감정이나 행동을 알아차리고 지켜보아야 한다. 생각 속에 사는 것은 과거나 미래 속에 사는 것이고 알아차리는 것은 지금 여기에 사는 것이다. 실재하는 것은 지금 여기이다.

알아차리고 자기 생각 없이 지켜보면 우리는 자신을 더 깊게 볼 수 있으며, 더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다. 한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우리들이 자아 의식에 물든 관념이나 감정을 내려놓고 사실적 관찰을 통해서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마음의 불을 밝히는 것은 자기의 중심을 이기적 생각과 감정에 두는 삶에서 더 깊은 밝은 마음에 두는 삶으로 깨어나는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원공/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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