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내 방 여행하는 법
2022-02-07 (월)
김미혜(한울 한국학교 교장)
코로나 팬데믹에서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이 계속되고 있을 때 ‘내 방 여행의 달인’을 만났으니 바로 이 책의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Xavier de Maistre 1763-1852)’다. 1790년에 한 장교와 결투를 벌였고 결투가 금지되었던 법을 어긴 그는 42일간 가택 연금형을 받고 집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내 방 여행하는 법’이다.
자신의 방을 여행할 때는 어떤 경비도 들지 않는다. 구두쇠건 헤프쟁이건 나이가 적건 많건 작은 골방만 있으면 여행에 모든 게 갖춰진 셈이다. 여행용 외투(실내용 가운)를 입고 커피 한 잔을 끓이고 햇살 아래에서 독서를 하며 명상을 한다. 모두가 똑같이 맞이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삶을 즐기고 자연 속에서 기쁨을 풍성하게 누린다. 정신에서 빚어진 인식, 마음에서 빚어지는 감각 그리고 오감에서 빚어지는 추억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사색의 샘이다.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고 집안에서의 시간이 많아진 요즘, 내 집 안에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한국학교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생존 전략이 되었다. 아날로그 세대인 내가 디지털 세대를 가르치려니 배우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혁신적인 교육 활동을 하는 교육자들에게 구글 이노베이터라는 자격을 부여한다. 나도 이번 팬데믹으로 더 많은 구글의 앱을 활용하고 있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교육 도구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고 살아있는 한 배움은 계속된다.
중국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네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된 왕멍은 중국 현대문학사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왕멍은 책 ‘나는 학생이다’에서 ‘인생은 명랑한 항해’라고 고백한다. 명랑(明朗)은 고난이 없는 즐거운 인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생의 돛단배를 몰고 항해할 때 필요한 명랑한 지혜와 고난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책에는 평생 학생의 자세로 배움을 통해 16년간의 위구르 유배 생활도 통달하고 초월하였던 왕멍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 배우는 것은 시작은 있을지라도 끝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이 시기는 나의 방을 여행하며 공부를 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이 아닐까.
<김미혜(한울 한국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