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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갈기 조각난 한국사회

2022-02-02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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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월 군부가 합법적인 총선결과에 불복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에서는 지금도 유혈참상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민주주의의 선도국가라는 미국에서도 표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는 폭력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해 5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은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며 축제라는 말은 이제 허망한 수사가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축제 같았던 선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3.15 부정선거로 촉발한 4.19 혁명이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린 뒤에 있었던 7.29 총선은 민주주의 승리의 축제였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킨 선거는 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였다는 점에서, 현직대통령을 탄핵시키며 새 대통령을 뽑았던 2017년의 선거는 촛불혁명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에서 기록될 만 했다.

한국의 대선이 이제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축제는커녕 최악의 볼썽사나운 선거가 되고 있어 국내외 동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권교체의 여론이 국민의 50%가 넘게 만든 것은 1차적으로 현 정부와 집권 민주당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 높은 정권교체의 국민적 여망을 담아낼 제대로 된 정치인이 없다는 것은 야당의 뼈아픈 약점이다.


자질 논란은 그렇다 치고 득표의 수단이라며 국민들을 갈가리 쪼개고 있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 이점에서는 여당 후보도 자유롭지 못하다. 분단된 국가가 남북으로 갈라서고 그 절반의 땅에서 지역과 이념과 극심한 빈부로 분열된 것만도 서러운 일인데 다시 여성과 남성과 세대를 가르고 거기에 더해 이대남이니 이대녀니 해가며 젊은이들 간의 젠더 갈등마저 조장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여야 모두 광주를 찾고 김대중 정신을 말한다. 그러나 거기만 간다고 대수가 아니다. 김대중 정신의 핵심적인 가치는 화해와 통합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시야는 광주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국경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향했던 것을 배워야 한다. 쪼개기는 쉬워도 합치기는 어렵다. 트럼프 4년 동안 인종과 피부로 분열된 미국 사회가 1년을 지나는 동안 그다지 치유의 흔적이 없자 바이든 정부의 지지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분열 다음으로 한국정치를 위기로 몰고 있는 것은 정치의 무속화(巫俗化)다. 인공지능과 가상화폐가 보편화돼가는 이 첨단시대에 유력 대선후보가 밖에서는 특정 무속인, 집안에서는 샤머니즘에 흠뻑 빠진 아내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돼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미 중간 무역충돌에 이어 미 러간 무력충돌과 북한의 탄도 미사일 위협까지 겹쳐오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고작 무속충돌이나 벌이고 있다니--. 지금은 다시 촛불을 들 때라며 각계 원로 지식인들과 종교인들이 일어나고 있다.

스웨덴의 한 작은 마을에서는 해마다 7월이면 ‘알메 달렌’이라는 정치 박람회가 열린다. 이 모임에는 유명 정치인은 물론 각종 시민단체와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이 모여 정치를 축제 화시키는 행사를 벌인다. 우리 젊은이들도 정치 집단에 쫓아다니며 소확행이니 심쿵 공약이니 하는 소소한 일에나 부화뇌동 하지 말고 민족의 통합과 한반도의 미래, 기후변화 같은 거대 담론을 토론하며 그런 시대정신에 걸 맞는 바른 지도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펴나가야 한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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