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스키에 숨은 과학

2022-01-28 (금) 정기의 미동부한인스키협회 고문
크게 작게
최근 몇 년동안 세계적으로 한국의 언어인 한글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글의 자음 및 모음의 창제원리와 그 둘의 배합이 매우 과학적이라, 이를 이해하면 누구나 빨리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스포츠인 스키도 이론을 먼저 이해한 후, 실전에 나가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빠른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스키를 배우기 시작하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빨리 배우고 잘 탈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키를 잘 타고 싶은데 비법은 있을까요?”하는 질문에는 “올바른 자세가 될 때까지 반복 연습하세요.”라고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스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신체의 움직임(물체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법칙)’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키에는 마찰력, 관성, 작용·반작용 법칙과 같은 과학이 숨어있다. 마찰력이란 두 물체의 접촉면 사이에서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다. 스키어에게 작용하는 마찰의 한 유형은 스키와 눈 사이의 운동 마찰이다. 눈과 스키 바닥면이 마찰을 일으킬 때 마찰열이 생기며 이로 인해 눈이 순간적으로 녹아 물과 같이 되어 마찰력이 작아져 스키가 미끄러지게 된다. 또한 중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회전 시 중력에 의한 ‘자유낙하’를 이용하여 감속과 가속을 조절할 수 있다.


관성이란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버스가 갑자기 멈출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다. 초보 스키어들은 눈 위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스키를 멈출 수 없어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노보드는 관성의 힘이 스키보다 크게 작용한다.

보드는 넓고 두 발이 그 위에 함께 고정이 돼있어, 갑자기 에지를 세우면 관성이 크게 작용하면서 앞이나 뒤로 넘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 스노우 스포츠 부상조사 단체의 통계에 의하면 스노 보더의 손목 부상이 전체 부상 중 22.1%, 스키어의 부상은 3.1%에 달했다. 스노보드 손목 부상률이 더 높은 주요 원인이 바로 관성 때문인 것이다.

작용·반작용(counter rotation)이란 두 물체가 ‘서로 반대’의 작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직선이 아닌 S자로 회전하면서 스키를 탈 때는 상체와 하체를 마치 빨래를 짤 때처럼 비틀어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자세를 만들어줘야 한다. 카운터 로테이션은 모든 스키 회전에서 다양한 각도로 정확해야한다. 이는 회전과 회전의 사이(weight transfer)에서 동작이 가장 크다.

위의 법칙들을 이해한 후 스키를 타게 되면, 근육의 기억(muscle memory)이 신체에 각인 된다. 두뇌에 기록되는 정보들처럼 근육 곳곳에도 기억이 새겨지는 것이다. 즉, 다양한 신체활동에서 지속적인 효율성을 얻으려면 근육이 언제 어디서나 저절로 움직일 때까지 엄청난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스키도 예외가 아니다.

오래된 스키어의 잘못된 자세를 하루아침에 교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스키를 처음 접할 때는 바로 스키장으로 향하기보다, 반드시 눈 위에서 스키에 숨어있는 과학과 기능, 동작의 상호관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 겨울에는 근육이 먼저 기억하고 느끼는 스키를 즐기시길 바란다.

<정기의 미동부한인스키협회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