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 (도산 안창호)
“투표는 총알보다 빠르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정치에 무관심한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받는 것이다.” (플라톤)
역사적으로 선거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위인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살아온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투표가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남긴 명언들을 들여다보며, 새삼 오는 3월9일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재외유권자들이 행사할 한 표에 대해 고심해보게 된다.
재외투표 유권자 등록 마감일을 4일 남겨두고 취재차 LA 총영사관을 찾았던 지난 1월4일. 유권자 등록을 하기 위해 직접 영사관에 방문한 한인 부부를 만났다. 김지태·김미전씨 부부는 “한국인으로서 마땅히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유권자 등록을 하러 왔다”고 밝혔다. 투표를 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부부의 정성에 감탄하는 동시에 마감일이 고작 4일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유권자 등록을 하러 오는 주민들이 참 없구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최종 재외유권자 등록수는 취재 당시 우려했던 불길한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를 위한 유권자 등록이 지난 1월8일로 마감된 가운데 LA 총영사관 관할 지역의 재외유권자 등록 수가 전 세계 재외공관들 중 2번째로 많지만 최종 등록자수는 지난 대선 때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LA 총영사관의 김범진 재외선거관에 따르면 LA 총영사관 관할 지역에서 8일까지 재외선거 등록 마감 결과 20대 대선 유권자 신청인 수는 신규 등록자 8,671명, 영구 명부 등록자 2,121명으로 총 1만79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의 등록 유권자 7,622명 보다는 많지만, 19대 대선 때의 1만3,631명 보다는 낮은 수치다. 신규 등록자 8,671명 중 영주권자인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자는 833명, 유학생과 주재원, 방문자 등 국외부재자 신고인은 7,838명으로 기록됐다. 전 세계 재외선거 등록 신청 신고인 수는 총 20만7,937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재외투표 참여 인구가 역대 최다인 22만여 명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재외투표 참여 인구는 18대 대선 투표자인 15만8,225명 보다 40.3%(6만3,756명)나 늘어난 수치로 전체 재외선거권자 추정치인 197만명의 11.2% 가량에 달했다.
실제 주변에서도 대선 참여를 위해 재외유권자 등록을 한 지인들이 많지 않다. 유권자 등록 여부를 물으면 ‘해야지…’ 하면서도 말끝을 흐리는 경우가 잦았다. 어쩌면 그들은 ‘한국에 살지도 않는데, 굳이 한국 대선 투표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사실은 미주 한인에게도 한국의 대선 투표에 참여하는 일은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LA를 찾은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회 김석기 위원장과 태영호 의원은 “미주 한인 동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대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재외동포들의 선거 참여율이 높을 수록 한국 국회에서도 재외동포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동포들이 중요시하는 현안들을 바로 해결하고자 더 노력할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재외동포들의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동포들의 존재감이 없다고 한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한인 동포들이 감당할 몫이다. 한 예로 억울한 선천적 복수국적 피해자들을 꾸준히 양산하는 ‘국적법’을 폐지해달라는 동포들의 요구는 그동안 국회에서 얼마나 묵살돼 왔던가. 한인 동포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개개인의 한 표를 업신여겨서는 안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처럼 주인으로 살지, 손님으로 살게 될지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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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