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 최초의 극장은 1905년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 문을 연 니클오데온 극장이다. 오데온은 그리스 말로 ‘노래를 부르는 곳’, ‘공연장’이라는 뜻이고 니클은 입장료 5센트를 의미했다.
그 후 80년 가까이 지속되던 극장 전성시대는 80년대 비디오 카세트가 널리 퍼지면서 변화를 맞게 된다. 극장에 갈 필요 없이 비디오 플레이어만 있으면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영화를 볼 수 있는 VHS, DVD, 블루레이의 등장은 영화 감상 패턴을 바꿔놨다.
영화 감상의 세번째 혁명은 넷플릭스와 함께 시작됐다. 귀찮게 비디오를 빌리러 갈 필요 없이 DVD를 우편으로 빌려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데 착안해 1997년 탄생한 이 회사는 하루라도 늦으면 고액의 연체료를 물리던 비디오 렌트 가게 횡포에 지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넷플릭스 성장에 반비례 해 비디오 렌트 회사는 몰락의 길을 걸었고 한때 최대 렌트 회사였던 블록버스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넷플릭스의 승승장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세는 우편 배달이 아니라 고속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이라는데 눈을 돌린 넷플릭스는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고 세계 최대 스트리밍 회사로 성장했다. 작년 말 현재 넷플릭스 구독자는 전 세계 2억2,000만, 미국 내에서만 7,500만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는 세계적인 히트를 친 ‘오징어 게임’등 독자적인 영화 제작에도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넷플릭스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그 결과 연예 산업 주식 중 시가 총액 1위, 포천 500대 기업 중 115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2010년대말까지 넷플릭스 주식은 3,700%에 달하는 상승률로 S&P 500개 주식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런 넷플릭스 주가가 올 들어 심상치 않다. 작년 10월 7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넷플릭스는 폭락을 거듭하더니 지난 주 400달러 선이 깨졌다. 지난 석 달 동안40%가 넘게 떨어진 셈이다. 비대면 회의와 수업 열풍을 타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줌 주가도 같은 기간 74%나 폭락했다.
문제는 떨어지고 있는 주식이 이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주들이 몰려 있는 나스닥은 올 들어 12% 넘게 하락했고 S&P 500 지수의 2/3가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상 화폐의 대표 주자던 비트코인도 반토막이 났다.
이들 기술주와 가상 화폐 폭락의 근본 원인은 그동안 돈 풀기에 주력했던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정책 선회다. 그 동안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연방 채권을 사들여 연 1조 달러 가까운 돈을 풀던 FRB가 올 봄 이를 중단하고 지금 제로에 가깝던 연방 금리도 최소 3, 4회 이상 올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3월 폭락했던 미 증시가 2년 가까이 수직 상승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연방 정부와 FRB가 무제한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로이던 금리는 이 돈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몰리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주식과 주택 가격은 폭등했다.
이런 돈 풀기는 코로나로 인한 비상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이로 인해 물가는 40년래 최대인 연 7%에 이르렀으며 그 때문에 작년 미 노동자들 임금은 5% 올랐음에도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임금은 2% 포인트 깎인 셈이 됐다.
물가 안정이 존재 이유인 FRB로서는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고 양적 완화 종결과 금리 인상은 필연이다. 문제는 지난 60년간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금리 인상은 주가와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가까운 예로 90년대 하이텍 주식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증시가 과열되자 FRB는 점진적으로 연방 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버블 붕괴와 불황이 찾아왔다. 이에 놀란 FRB가 다시 금리를 1%대로 내리자 이번에는 부동산 버블이 부풀어 올랐고 역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 2008년 버블이 터지면서 세계 금융 위기가 도래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0%대로 금리를 낮췄던 FRB가 다시 금리를 올리려 하고 있다. 거기다 지금 미 주가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과대 평가돼 있다. ‘이번만은 다르다’는 사람도 있지만 과거 예를 볼 때 고평가된 주가와 금리 인상은 부푼 풍선과 바늘과의 관계를 닮아 있다. 올 주가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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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