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유교 경전인 사서 중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 자신이 닦여진 후라야 집안이 가지런해지고 나라가 다스려진다는 뜻이다. 수신제가는 스스로 수양해서 덕을 갖추어야 비로소 남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기본이 된다는 말일 것이다.
‘자신을 바르게 관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된 가정을 유지할 수 있고, 그런 사람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라는 명제에 그 누가 토를 달 수 있을까.
대학의 원문을 보면, ‘만물에는 근본이 있고,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라는 말이 나온다. 나라를 잘 다스리기 이전에 군자의 올바른 정신 상태를 강조하는 뜻인 듯 싶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은 국민을 다스리겠다며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이유는 국민의 뜻을 대변해 줄 자격이 검증되었다 라는 의미 아닐까. 그런데 이번 한국 대선에서 찍을 후보가 없다 라는 말이 계속 나와 우려스럽다. 여당과 제1 야당 후보 다 가족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장남이 2020년까지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공개 사과했다.
또 이전부터 이재명씨가 배우 김부선과 성남시장 시절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의혹과 관련, 전 국민이 궁금해 했었다. 그녀는 이 스캔들과 관련해 대놓고 ‘이재명과 15개월 동안 만났다’는 김부선씨의 육성파일을 공개했다. 더 놀라운 것은 2012년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일로, 이재명 후보가 형수에게 했다는 일명 ‘쌍욕’ 파일이다.
녹취에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가 욕설을 하며 형수와 설전을 벌인다. 이 후보는 당시 형이 어머니에게 패륜적 행위를 하자 화가 난 상태에서 전화를 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여하튼 뒤끝이 개운치는 않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 역시 가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등의 의혹과 장모의 요양 급여 부정 수급 및 땅 투기 혐의 등의 가족 리스크로 같은 당원들로부터도 후보 사퇴를 하라는 종용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부인에 대한 소문은 이것저것 무성하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내가 보기에 아무 형사적으로 처벌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 말라고 해도 여성으로서 굉장히 스트레스도 받아왔다. 잘 추스리고 나면 정치적인 선거 운동에 참여보다, 조용히 봉사활동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고 수신제가와 좀 동떨어진 말을 덧붙였다
.
오죽해 김종인 전 국민의 힘 총 선거대책위원장이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놓고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건 아니다”라는 의미로 강변했을까. 아무래도 이번 대선은 능력을 떠나 수신제가가 핵심 주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일은 오는 3월9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수신제가는커녕, ‘콩가루 대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지 간에 국민들이 기대하는 상식의 눈높이와 수준에는 못 미치는 선거가 되고 있다. 후보 교체, 자진 사퇴 압박까지 나오는 등, 국가의 앞날을 책임질 지도자들의 미흡한 자질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야말로 K-pop이나 추종하는 가벼운 나라로 변모하는 건 아닌지…
먼저 자기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을 하지 못하면서 어찌 가정과 나라와 심지어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각 후보를 상대로 이런 질문을 신랄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기자회견을 보고 싶다. 제가(齊家), 즉 집안을 바르게 다스리고, 치국(治國), 즉 나라를 이롭게 다스리는 후보가 정말 한국 땅에 그렇게 귀할까. 평천하(平天下), 즉 천하를 평정하는 후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
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