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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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동포운동의 반성과 새로운 희망

2022-01-03 (월) 이내원 / 전 재미한국학교 전국 및 워싱턴 이사장,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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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을 강타한 대 재앙에서 미처 벗어나지도 못한 가운데 한 해가 저물었다.
시간은 가고 역사는 흐르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잠시 뒤돌아 우리 자신의 족적을 더듬어 살펴서 보다 나은 앞길을 찾고자 소견을 펼쳐본다.
첫째, 우후죽순 격으로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새로운 한인회의 숫적팽창은 독버섯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동포사회의 대표 의견을 도출하기가 어려워 분란의 소지가 되며, 가장 결정적인 단점은 미 주류 정계에 한인 대표기구로서 선명하게 인식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가장 귀중한 한인 정치력신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인회장이라는 직명은 명예를 더하기 위한 장식품이 아니라 잘잘못에 따라 역사적 평가와 책임을 지는 엄중한 자리인 것이다.
15만 워싱턴 한인의 대표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한인회는 자진 해체하고 전임 회장들께서는 대의적 책임감으로 한인회의 난립을 억제하는 지도력을 발휘해 주시기 바란다.
둘째, 젊은 차세대 지도자를 개발육성 하여 인적 쇄신을 기해야 한다.
워싱턴은 미국을 선도하는 정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한인 직능단체의 장은 놀랄만큼 세대 교체가 지연되고 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으나 주류사회에 역동적으로 파고 들려면 영어구사 능력 등 현지화된 젊은 리더십이 긴요하다. 정력이 넘친다면 젊은이를 앞세우고 뒷바라지를 맡는 것이 더 아름다운 모습일 수 있다.
셋째, 한인 커뮤니티 센터의 관리 운영과 관련하여 현 임원 이사들의 회원 인식에 착시현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모금 개시 당시 운영요강이 사전 공표된 바 없어 센터의 소유 주체를 어떻게 구상했었는지 불분명하지만 사전 규정이 없었다면 모금에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역내 거주 한인이 주권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사회나 운영 주체의 구성은 소유 주체인 거주동포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했다고 할 수 있고, 매년 운영실태 평가 보고대회도 있어야 한다.
15만 동포를 한곳에 모을 수 없으나 소유 주체인 동포의 의견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의제, 일시, 장소를 공고하여 공청회를 개최하여 동포 일반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형식적이라 할 수 있지만 운영 주체로서는 동포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정당성’ 을 확보하는 간편한 해법이 될수 있다. 떳떳하고 열린 자세로 센터를 공정하게 운영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넷째. 의식 개혁으로 성공적인 정치력 신장운동을 이룩해야 한다.
정치력 하면 나와는 별로 관계없는 딴소리로 들릴 수 있으나 미국의 동포들에게는 실로 사람답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가장 긴요한 보장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력은 우리를 대변하는 우리 대표를 정관계 요로에 고루 많이 진출시킴으로써 이룩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버지니아 주의원 선거에서 해롤드 변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한 것은 크나큰 손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민주와 공화 양당은 미국 의회정치의 양대 산맥으로 번갈아 의회 주도권을 주고 받는다. 따라서 일종의 안전 보장인 한인 의원은 양당에 고루 진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민주 성향의 페어팩스 선거에서 공화당으로 출마한 변 후보는 바람직한 후보였던 것이다. 더욱이 지역구가 한인 밀집도가 높은 지역이어서 한인 유권자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교회들이 총력 지원 체제를 가동시켰더라면 해볼만한 선거가 아니었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
앞으로 역동적인 한인 정치력 발전을 기대하며 다음 지면에 몇가지 제안을 할까 한다.

과 같이 한인회장단에 제안한다.
1. 선거가 있는 해의 직전 6개월은 유태계의 본을 받아 빠짐 없이 투표하기에 총력을 기울여 투표율 60 - 70% 달성에 총력전을 펼친다. 이때 해당지역의 중대형 교회 담임 목사에 간곡한 청원을 보내어 해당 교회 교인과 부속 한국학교 학부모들에게 간곡한 투표 참여를 일정 간격으로 되풀이 하게 부탁 한다.
2. 미국의 선거는 돈의 전쟁이다. 정치자금 모금액이 승패를 좌우한다. 우리 한인들은 돈을 벌어 모으는데는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는데, 모은 돈을 생산적으로 쓰는데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 지위향상 운동에 한계가 되고 있다. 열심히 벌어 현명하게 쓰기운동이 시작되어야 할 싯점이다.
1,900 년대 하와이 이민 선조 8천여명은 나라를 잃은 1910년 부터 1945년 해방까지 35년간, 당시 금액으로 약 250만불,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약 7천 5백만불의 독립운동자금을 농장노동의 수입으로 유일하게 입맛을 돋우던 일본간장 사먹기도 자제하면서 오직 구국 일념으로 상해 임시정부와 만주 독립군에게 제공 했던 처절한 애국정신을 회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자기 만족에 탐닉하는 것은 아닐까?

3. 그러면 임인년 새해와 더불어 워싱턴의 생각하는 리더들은 어떠한 마음 가짐으로 동포사회를 리드할 것인가? 안중근 의사가 비장한 각오로 조선을 떠나면서 정거장 으로 전송나온 동생 정근과 공근 에게 전한 마지막 당부에 그 답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단합인데, 이것은 사람들이 겸손의 미덕이 적고 허위와 교만으로 일을 처리하며, 남의 위에 있기를 좋아하고남의 밑에 있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들이 허심하게(마음을 비우고) 좋은 것을 배워 익히고 자기를 낮추고 남을 존중하며 사회에 해독을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
바로 오늘의 우리를 향한 의사의 간곡한 당부가 아닐까?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아 워싱턴 한인의 아름다운 행진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이내원 / 전 재미한국학교 전국 및 워싱턴 이사장,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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