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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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단상] 2021년을 보내며

2021-12-31 (금)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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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시간은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달리고 있다.

요즈음 나이 들어 주위를 보니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게 많았던 것 같다. 세월이란 놈은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을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해가 안 되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 이해가 된다. 아버님이 같은 말씀을 반복하실 때마다 왜 같은 말씀을 계속 하시나 했는데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그러고 있다.

절대로 녹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몸도 전 같지 않고 세월은 물어도 아니보고 무엇이 급한지 앞으로 급히 달려 나간다. 그동안은 할 수 있는 것이 할 수 없는 것보다 훨씬 많았는데 이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만 가고 있다.


동네를 몇 바퀴 뛰어도 힘들지 않던 몸이 그저 몇 바퀴 걷는데 지쳐버리고 만다. 해야할 일들을 차곡하게 쌓아놓고 한가지씩 해보려 하지만 종이에 적힌 그 일들을 처리하는 데 예전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렇게 거쳐가는 과정의 정거장이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세상이 차츰 보인다고 하지 않나? 뒤돌아 내 생을 바라보는 눈도 생기고 앞으로 가야 할 그 길도 섣불리 내딛지 아니하고 또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날이 가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느끼는 것은 남아 있는 내 인생의 가치다. 어떻게 살았느냐는 과거보다 어떻게 살아야하느냐는 미래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할 것 같다.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지치지 않고 한가지 일에 매달리면 끝장을 보냐고 한다. 끝까지 놓지 않는 내 성격이 우리집 진돗개와도 같다고 아내가 놀린 적도 있었다. 돌아보면 내 삶이 그랬다. 한 번 물면 놓을 줄을 몰랐다. 때로는 지치기도 하고 과연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도 보지만 그 또한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묵묵히 가는 것이다. 난 옆길을 잘 모른다. 그저 앞으로 간다.

지금 뒤돌아보면, 9년 동안 추진해 왔던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7차에 걸친 헌법소원이나, 지난 20여년 동안 다른 여러 인권 운동들도 따지고 보면 나 혼자 한 일이 아니었다. 남이 하지 않는 일을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내가 추진하기는 했으나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기도가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작은 혼자 하는 것 같았지만 끊임없는 위로와 격려가 있었고 힘내라며 나에게 말을 해주는 누군가도 있었다.

이렇게 인생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힘든 일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고마운 분들도 많았고 함께 기뻐하며 손을 잡아주었던 분들도 있었다.

자!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이번 해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새로운 한 해가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하의 경제로 건강으로 힘들었던 2021년은 이제 우리 앞에서 과거로 묻히고 새로운 희망이 우리를 기다린다고 생각하자.

난 다시 일어나고 다시 시작할 것이며 끝내지 못했던 일들이 기쁜 소식으로 열매 맺고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안다. 꽃잎이 모여 꽃이 되듯이, 한 사람 한사람의 마음이 모여 우리를 만들어 함께 윈윈하는 새해가 될 것을…. 2022년에는 성장에서 성숙을 추구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축복과 행복이 우리 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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