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우유니 호수
2021-12-23 (목)
김영기 서울경제 논설위원
2010년 8월 볼리비아 대통령으로서 처음 한국을 방문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우리 자원 개발 역사에 이정표가 될 만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볼리비아가 자랑하는 리튬을 한국이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나라를 뿌리치고 우리와 MOU를 맺은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집요한 작업 덕분이었다. 이 의원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호수’의 리튬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2009년부터 세 차례나 이곳을 찾았다. 다리 건설을 약속하고 당시 재선을 노리던 모랄레스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자원 외교에 대해 ‘비리 온상’이라며 제동을 걸어 볼리비아 리튬 개발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도 해외 자원 개발을 ‘적폐’ 취급하며 상당수의 사업을 중단시켰다.
우유니 소금 호수는 안데스 산지 해발 3,680m 지점에 있는데 그 면적은 경상남도보다 조금 넓은 1만2,000㎢에 달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최대의 소금 산지로 유명하다. 안데스산맥 융기 과정에서 바다로부터 기원한 데다 주변 산지에서 흘러내린 염류가 합쳐져 ‘소금 사막’이 됐다. 소금 매장량은 100억 톤에 이르고 매년 25만 톤을 채취할 수 있다.
소금과 함께 볼리비아를 자원의 보고로 만든 것은 리튬이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재료로 ‘하얀 석유’로 불린다. 볼리비아는 세계 리튬 매장량의 24.4%인 2,100만 톤을 보유 중인데 대부분 우유니 호수 바닥에 염화리튬 상태로 있다. 하지만 볼리비아는 과거 스페인에 은을 수탈당한 역사 때문에 외국 업체에 자원 개발권을 내주는 것을 극히 꺼렸다. 2010년 MOU는 이 나라의 극렬한 자원 민족주의를 뚫어 체결됐다.
미국·중국·러시아·아르헨티나 등 글로벌 기업 8곳이 볼리비아 리튬 추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글로벌 원자재 부족 사태가 심해지면서 해외 개발 중단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정책을 전환하려는 모습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한 국가 역량을 끌어모아야 제조업 경쟁력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김영기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