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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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카톡으로 다시 만난 친구들

2021-12-16 (목)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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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만 하늘이 점점 밝은 빛을 보이며 아침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거실 소파에 누워서 본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몇 년 전 어느 밤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새벽 2시쯤에 일어나 컴퓨터로 이메일을 체크하던 중 아주 오랜만에 호주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가 방금 보내온 아주 따끈따끈한 이메일을 읽을 수 있었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내가 사용한다면 나중에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부터 연락하고 지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초등동창 5인 그룹 톡을 만들어 대화를 바로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 추억을 만들었던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신기하게도 친구들은 각각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다. 나는 미국, 다른 친구들은 한국, 영국, 홍콩, 호주에 각각 살고 있었다. 호주에 사는 친구는 반듯하 고, 깔끔한 성격으로 옛날 어릴 적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들을 잘 정리해서 간직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그날 그 사진들 중 몇 장을 그룹 톡에 올려줬다. 어느 친구의 생일날 모여서 생일파티를 하면서 함께 찍었던 사진, 어느 친구와는 사진관에 가서 함께 찍었던 생일기념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사진, 학교 운동장에서 반 아이들 여러 명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

우리는 너무나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어릴 적 모습을 보며 다들 잊고 지냈던 시간들을 기억하고 그 시절을 떠올리며 조금은 울기도, 박장대소하며 웃기도, 잠시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다들 각자의 방법대로 오래전을 돌아보는 것 같았다. 사진 속의 자기 모습, 친구들의 모습들… 그리고 그 사이 세상을 떠나신 기억 속의 부모님들의 얘기를 하며 이제는 한 분만이 살아계신 친구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했다. 모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는 새벽이 오고 있어서 아쉽지만 대화를 끊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지역적으로 시간 맞추기가 가장 힘든 것 같았다.

그후에도 서로의 얘기들을 그룹 톡에 남기며 친구를 응원하기도, 위로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그리워하기도, 건강을 챙겨주기도, 좋은 일을 기뻐하며 축하해 주기도 하고 많은 얘기들을 나누며 지낸다. 내게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 이만큼의 나이에도 지금까지 내 곁에 있게 해 준 카톡에게 고마운 생각까지도 들었던 날이었다.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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