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멋진 노년을 위하여
2021-12-15 (수)
김정원 (구세군 사관)
요새 들어 저녁이면 제 남편과 제가 빠짐없이 하는 연습이 있습니다. 남편은 바리톤을 불고 저는 유튜버를 틀고 노래를 부르며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른 장르의 곡들을 연습합니다. 왜냐면 성탄절이 다가올수록 자선냄비 종소리가 바빠지듯이 곳곳의 행사들을 참석하느라 구세군 사관들의 발걸음도 바빠집니다. 이번 주도 여러 사관님들과 모여서 다음 주에 있을 은퇴사관님들 행사에 부를 곡을 연습하였습니다. 연습할 시간은 한주밖에 없는데 곡의 어려운 부분을 맡아서 마음이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옆에서 함께 노래 부르시는 은발의 여자 사관님을 바라봅니다. 아! 영광이다. 나의 은퇴 후의 계획을 송두리째 바꿔 놓으신 이분과 함께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요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오래전 은퇴할 연세를 지나셨지만 지금도 이스트베이(East bay) 지역과 노스 캘리포니아(North California) 지역을 오가시면서 구세군 재정관리를 맡아 많은 도움을 주셨던 이분은 제가 존경하는 사관님 중의 한 분입니다.
이분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저의 은퇴 후의 모습은 그동안 못 보았던 한국 드라마를 무한히 보는 것이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여유로는 노년을 보내는 것이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밑바닥에는 노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는 저의 고정관념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은퇴사관님을 만나고 저는 많은 도전을 받았고 나만을 생각했던 그 미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다시금 나의 소명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는 제 큰딸과 종종 저의 은퇴 후의 할일에 대해 같이 의논을 합니다. “엄마는 은퇴 후에 고아원 원장이 될 거야. 그때는 할머니가 돼서 힘이 없으니까 너가 가끔씩 와서 아이들하고 몸으로 놀아줘. 그리고 북한에 고아원을 지을 거니까 돈도 좀 기부하고.” 그럼 큰딸은 피식 웃습니다. 싫다고는 안하니 도와줄 마음은 있나 봅니다. 이제 막 인생의 중반을 지나온 저의 짧은 소견에 보아도 소명을 가지고 일을 하시는 분들은 노년이 되셔도 충분히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주면서 멋지게 늙어 가십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분들을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저는 그분들을 벗하며 멋지게 늙어가는 연습을 해 봅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