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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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몸의 신비

2021-12-03 (금) 송일란 (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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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직도 일주일에 두 번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 물리치료를 받는 병실에서 다음 치료를 받기 위해 잠시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그 시간 동안 멀뚱히 앉아 있다 눈에 들어온 게 인체 조직 그림이었다. 어느 그림은 사람의 뼈를, 어느 그림은 사람의 신경을, 또 다른 그림은 근육만을 그려 놓고 어디가 어떻게 되면 비정상인지를 자세히 그려 놓았다. 작고 세밀한 근육도 있고, 신경은 이리저리 돌고 돌아 뻗어나가고, 뼈와 뼈 사이의 연골이 있는 것도 그림으로 자세히 보니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인체의 신비는 남편이 아팠을 때 확연히 깨달았었다. 약 부작용으로 간 수치가 올라갔다는데, 피부 색깔이 개구리처럼 변하고 부들부들 춥다고 떨고, 피부가 가렵다고 해서 사람 몸이 어떻게 이렇게 연관되어 도미노처럼 이상 현상들이 생기는 걸까 경이로움을 표했었다. 담당 의사가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어도 그게 당연하지 싶었다. 의료 기술이 제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인체의 신비를 다 어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지난번에 어깨를 다쳤던 나는 어깨 근육이 아픈데, 누울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었다. 며칠을 의자에 앉아 자면서 어떻게 그 작은 어깨 근육이 아프다고 이 난리가 날까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또 깨달았다. 사람이 제대로 보고, 걷고, 먹고, 소화하며 사는 일은 기적과도 같은 신비라는 것을. 인공지능 로봇은 나왔어도, 복제 인간은 아직 없는 걸 봐도 인간 몸의 신비를 과학이 따라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 몸은 그런 몸이다. 죽으면 썩어 없어지고 만다고 해서 흩날리는 흙먼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창조주의 손길로 만든 신비의 피조물이다. 지성이나 영성 못지않게 깊이 있고 심오한 존재이다. 나이 드신 분들께서 그냥 하시는 말씀이신지,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몸, 이 몸이 뭐 중요하냐고. 그래서 그냥 나 죽고 나면 화장해서 아무데나 뿌려달라는 말도 하신다. 심지어 몸뚱어리라는 속된 말로 표현도 하신다. 이 세상 제일 아름답다는 그 어떤 자연보다,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는 그 대단함보다, 나는 사람의 몸이 더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죽고 나서 없어지는 몸일지라도 창조주의 손길로 빚은 그 신비는 어떻게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또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다.

<송일란 (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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